첩첩산중이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고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판매에 이르기까지 금융투자업계에서 연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더 드러나지 않은 피해액은 제외하더라도 개인과 기업이 이미 조 단위 피해를 본 셈이다.
그동안 금융투자사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내부통제 수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강구됐다. 내부통제를 체계화하기 위해 특정 업무 영역에 레그테크 도입을 시도하는 시범 사례도 있었다.
금융 당국이 몇 년 동안 의지를 보이며 레그테크 도입과 진화를 꾀했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도입이 미적지근하다. 은행, 카드, 보험 등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 원금 손실 감수를 전제로 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투자 부문에서는 레그테크 적극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자산운용사는 전문 인력을 두기 어려운 한계를 이유로 아직도 업무 대부분이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 레그테크 도입은커녕 업무 디지털화부터 필요한 셈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레그테크 도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돈이 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다. 잠재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분야에 국지 형태로 레그테크를 도입한 경우가 있지만 자금 모집 및 운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에는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전통으로 금융투자업계가 내부 시스템과 자금 운용 상황을 외부에서 들여다보지 못하게끔 설정하는 폐쇄 문화도 작용한다. 외부 전문 인력이나 시스템 사용에도 인색하다.
모험자본을 육성하겠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금융 당국 정책이 일련의 사태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거세다.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단순히 규제 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것이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를 전수 조사하더라도 수면 아래 감춰진 문제를 모두 들춰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근본 예방책이 무엇일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고수익을 바라는 투자자와 수익성을 높이려는 금융투자사의 요구가 맞물리면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