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어느 가을날 사람들이 버려진 양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들 시스코가 보낸 초대장을 받은 참이었다. 버려진 지 오래된 양조장은 멀끔히 꾸며져 있었다. 간이테이블 주변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간부들이었다. 에어버스, DHL, 캐터필라, 시스코.

이들은 이틀 동안 다섯 번의 CHILL이라 불리는 세션을 진행할 참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중역들이 모여 누구도 혼자서 시작할 수도, 성공시킬 수도, 독식할 수도 없는 그런 새 비즈니스를 앞에 두고 투자할지 말지를 정할 셈이었다.

누군가의 성공은 부러운 일이다. 우연과 행운도 있겠지만 거기엔 분명 비결이 있을 터다. 성공을 따라 하는 건 둘째 문제다. 그게 뭔지부터 알고 싶다.

에이토르 마르친스와 이란 지아스는 브라질 상파울루 매킨지 파트너였다. 남미 기업들의 혁신은 제자리걸음이다. 두 사람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든 것을 뒤져보기로 한다. 벤처캐피털,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인큐베이터, 박스·팔란티어 같은 벤처와 스타트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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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두 사람이 찾은 해답은 겉보기에 비슷하되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첫째는 상식이되 다른 상식이었다. 실상 이곳에서는 상식을 거스르는 것이 상식이 돼 있었다. 새 시장을 찾는 대담함은 이곳에선 마치 1000원 할인점 물건 마냥 흔했다. 뭔가를 처음 해본다는 난잡함에 익숙함을 넘어 편안해 하고 있었다.

둘째는 리더십이 가능하게 하는 협력이었다. 이곳에서의 리더십은 업계를 들었다 놨다 할 최고 혁신가들이 그만한 혁신가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말했다. 비전, 끈기, 결단은 필수 덕목이다. 이곳에선 협력과 콜렉티브 마인즈가 리더십의 다른 표현이 돼 있었다.

셋째는 플랫폼 싱킹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실리콘밸리의 성공작은 제품인 듯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곳의 관심은 플랫폼으로 옮겨가 있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세 가지를 놓치지 않았다. 첫째 생태계를 만드는 것, 둘째 네트워크, 셋째 공유 가능한 서비스다.

이것 없이 빠른 스케일업은 불가능하고, 그건 이곳 성공방정식에서 거리가 먼 것이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노리는 급속 성장은 스케일업 없이 불가능하고, '플랫폼 싱킹'은 핵심이었다. 제품 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을 만드는데 생각을 뒀다. 세상을 바꾸는데 사용자 확장은 필수였고, 실리콘밸리는 이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넷째는 사용자 지향 디자인에 있었다. 마르친스와 지아스는 이것이 '진정 살아 숨쉬고 있다'고 봤다. 마치 고객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집단처럼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끊어짐 없이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지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두 사람은 기고문 말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실리콘밸리의 교훈은 자신이 기술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앞서 있다는 자신감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혁신적인 통찰력과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 순례자를 자처한 이 두 사람이 찾아낸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사람들인 셈이었다. '변화 지향 통찰력'이란 간단한 듯 어려운 해답을 두 순례자는 결국 찾아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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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