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없는 실적 쌓기용 우려
21대 국회가 임기 시작 한 달 만에 법안발의 건수 1000건을 훌쩍 넘겼다. 20대 국회 같은 기간 대비 두 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9일 14시 기준 21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1067건이다. 이 중 정부 발의법안 31건을 제외하면 의원 발의법안은 총 1037건을 기록했다. 20대 국회는 2016년 5월 30일부터 법안 접수 시작 이후 한 달 시점인 6월 29일까지 의원 발의법안이 472건이다.
21대 국회는 20대보다 2.19배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이런 속도라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법안건수인 2만4141건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접수 건수는 새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크게 늘고 있다. 역대 법안 접수 현황을 보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19대 1만7822건, 20대 2만4141건으로 매번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3만건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문제는 남발되는 법안이 늘수록 처리율은 떨어지는 것이다. 사실상 처리되는 법안의 절대적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접수 법안 건수 자체가 늘어나니 처리율은 낮아진다. 17대 국회는 처리율 57.7%, 18대 국회 54%, 19대 44.9%, 20대 국회 37.8% 수준이다. 의원들의 건수 쌓기식 발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내실없는 법안 발의는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변화되지 못한 채 지난 국회의 전철을 밝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달 새 총 52건을 대표 발의해 300명 의원 중 1위를 했다. 지난 16일에만 51건을 일괄 발의했다. 모두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으로 보험업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그는 51건을 발의하며 “20대 국회에서 미처리된 법안 가운데 주요 법안들을 추려서 1차로 우선 발의한다”며 “또 다른 중요 법안들을 2차로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안 발의 수가 평가 지표인 상황에서 예상됐던 일”이라면서도 “의미 없이 수만 따지는 평가방법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한 법안을 보좌진에게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좌진들도 의원이 시킨다고 무조건 발의해선 안 된다”며 “의원과 충분히 논의해 내실 있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