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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요.” 식당에 앉아서 다른 사람의 시험 문제를 풀어 주는 학생의 자기변명이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온라인 수업에서 다양한 기법의 부정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숙제를 대신해 주고 시험 문제를 특정 커뮤니티에서 풀어 주는 등 집단지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에 H대학, K대학 등의 집단 부정행위가 보도됐지만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대학이 온라인 부정행위로 열병을 앓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학교에서의 부정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상아탑은 진리를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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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1차 책임은 기성 사회에 있다. '적당한 부패'가 편하고, 어느 정도의 부정을 기반으로 현재를 일군 인사가 지도층에 안착한 과거를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력가와 권력자의 뻔뻔함을 인정하는 현실이 기성세대의 민낯을 보여 준다. 지금은 개선됐지만 대학 연구 부정과 성과 조작이 사회 문제화된 적이 여러 번 있다. 교수를 비롯한 지도층의 처절한 반성에서 부정행위 근절은 출발한다. 과거를 처벌하기보다 오늘을 '부정 제로 시대'의 원년으로 삼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성적 우선주의가 지나치게 팽배해 있다. 평소 학습보다 시험 성적이 우선하고, 성적표에 기재된 숫자가 중요시되는 한 부정행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짙다. 진학과 취업의 당락 결정 요소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적이 가장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자 주변인의 추천서, 학교생활 활동, 기업 현장 경험 등 다양한 평가 방식이 요구된다. 부정행위를 해야 하는 의미를 최소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절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스승이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문제 풀이 기법만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하며, 문제 풀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학교는 부정으로 얻어진 결과가 얼마나 부끄럽고 자신에게 해악이 되는지를 교육할 의무가 있다. 물론 학교가 앞장서서 부정을 도외시하고, 진리 사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청렴제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현실이 녹록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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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은 진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다. 아무리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해도 바른길을 걷지 않으면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똑똑한 범죄자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학은 인성과 정의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부정행위 처벌 강화와 전략이 대학들에 의해 제안되고 있지만 규정과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생이 주체가 돼 부정행위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를 터부시하는 문화를 형성해 스스로 배척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자신의 부정행위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늘어 놓는 우매함은 사라져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는 비대면 만남과 데이터 분석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데이터가 없으면 서비스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의 필요성과 편리성에 대한 요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부정과 부패는 지능정보사회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가 '부정행위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유아 시절부터 부정이 되돌려 주는 피해를 교육해야 한다. 사사로운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노력이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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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