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 (변호사)
코로나19로 인한 펜더믹은 전세계의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제도(주52시간 제도)의 도입과 더불어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 등 대안적 근로 방식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하는 방식 변화의 중심에는 ‘접촉의 최소화’가 있다. 기업들은 출퇴근시간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하거나, 재량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에서 대규모 전염을 예방을 위해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는 곳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당연시 여기던 오프라인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경험하고, 그 자리에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 강의와 같은 온라인 관계가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오히려 하루종일 물리적인 공간에 갇혀 근무하던 일과가 격세지감(隔世之感)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접촉의 최소화’라는 키워드는 우리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편 접촉의 최소화가 가져온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기업의 보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벤처기업은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유출과 관련해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역량수준 실태조사를 보면 2017년도 기준으로 연간 총 피해금액은 1022억 원 정도이고, 기업 당 평균 피해금액은 13.1억 원이다. 또한 기술 유출의 유형의 25%는 내부직원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기술유출에 대한 이슈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안상의 이유로 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유연근무제, 재택 근무제를 도입을 꺼려하였다.
시차 출퇴근제, 재량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물리적으로 기술유출을 감시할 인력 채용과 출퇴근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비용이 주로 문제 된다. 또한 네트워크와 USB를 통한 기술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논리적 망 분리 시설 설치하거나 최신 보안 SW구입할 여력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유연근무제 내지 재택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실제로 근로자들은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질병을 예방하는 것보다 일자리의 ‘질’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구직자 입장에서 유연근무제 내지 재택근무제 도입여부는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고, 안 그래도 근로조건이 열안한 중소벤처기업에게는 구인구직의 티핑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은 이러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만 바라본다면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수도권 지역의 치솟는 높은 임대료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은 보안상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는 거대한 큰 물결에 휩쓸릴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배포하는 ‘중소기업기술보호지침(2018)’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보호방안은 사전적 예방조치와 사후적 구제수단으로 나뉜다.
중소벤처기업은 현실적으로 사전적 예방조치를 도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기술유출이 있을 경우 사후적 구제수단을 찾곤 한다. 기술유출이 있은 뒤에 경찰 등 행정기관에 고소(또는 고발)하거나, 법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기술보호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긴 하다.
다만, 사후적 구제수단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며,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중소벤처기업에게도 피해를 완벽히 보전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사후적 구제수단이 만능은 아니므로 중소벤처기업은 사전적 예방조치로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생각하면 사전적 예방조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기술유출이 쉬운 환경에 놓이나, 기술유출에 대한 인식개선이 병행되다 보면 보다 단단한 보안 의식이 싹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 예방제도는 기술보호를 위해서 지식재산권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것은 물론이고, 조직의 규정 바로 세우며, 조직의 문화를 정착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사전적 예방조치를 강구하여 중소벤처기업은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코로나가 가져올 사회변화를 앞두고 기술보호를 위한 사전적 예방조치로써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첫 번째로, 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한 사내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기술보호 관련 사내규정이 있다면 일하는 방식 변화에 따른 보안 사항의 개정이 필요하며, 사내규정이 없다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염두하고 제정이 필요하다.
기술보호 사내규정의 주요내용은 기술보호를 위한 심의 기구를 설치하고, 보안관리 전담인력을 두며, 기술유출과 관련한 징계 사항 등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불시의 보안점검과 기술유출에 대한 징계 같은 사항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규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근로기준법 상의 취업규칙 마련에 동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두 번째로 보안관리 인력을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부서의 장(또는 팀장)이 지금까지 해오던 근로자의 근태 등 복무확인과 보안점검을 계속하는데 힘이 붙일 것이다.
따라서 기술보호와 관련된 물리적 장치와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총괄 관리자가 필요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안관리 인력에 대해 사내규정에 명기하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로 근로자에 대한 정기적인 기술보호 교육이 필요하다. 시차출퇴근이 자유롭고, 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다보면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환경에서 근로자들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기술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으로 보안의식을 고취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네 번째로 신규 입사자는 물론이고 기존의 근로자와도 새로운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미 기존의 근로계약서에 비밀유지와 관련된 내용이 있더라도,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서에 다소 추상적인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선택적 근로제도와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기업의 경우 이에 적합한 내용을 구성하여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로 정보시스템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보안관리 인력이 전사차원에서 보안시스템에 대해 진두지휘를 하여야할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올해 3월 재택근무와 관련해서 「재택ㆍ원격근무 정보보호 6대 실천 수칙」을 마련하여 배포하고 있으니, 해당내용을 반드시 숙지하기 바란다.
앞에서 말했듯이 시장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자체적으로 기술보호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23조 제3항에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 육성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 것은 위와 같은 중소벤처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 보인다.
관련해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기술자료 임치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외 「특허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법률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보호를 위해 대중소농어업협력재단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울타리’ 홈페이지와 ‘기술보호 통합 상담·신고 센터’를 통해서 기술보호 전문가 현장자문, 기술자료 임치 제도 등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영업비밀보호센터는 중소벤처기업에게 영업비밀 보호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국 시도지자체에 설치된 지역지식재산센터는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권 창출, 활용,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보다 지역 여건에 맞는 기술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 변화에 따라 기술보호가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이들 기관의 도움 받아 위험을 방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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