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일본 브랜드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9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일관계 악화 이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혼다코리아는 경영 상황 악화에도 이를 타개할 신차 투입이나 마케팅 활동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같은 일본 브랜드 한국토요타가 사회공헌 활동이나 전시장 확장, 프로모션 강화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는 행보와 대비된다. 최근에는 2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던 정우영 회장까지 퇴임하면서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25일 혼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지난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매출은 3632억원으로 전년(4674억원) 대비 22.3% 감소했다. 한 해 동안 1000억원 이상 증발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19억8000만원으로 전년(196억원) 대비 89.8%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9억1000만원으로 실제 수익이 거의 없었다.
지난 회계연도 자동차 판매 대수는 6700여대로 전년 동기(9500여대)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도 판매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1~5월 기준 판매 대수는 1323대로 전년(4883대) 대비 72.9% 급감했다. 한국 철수를 결정한 닛산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77.0%)를 제외하면 전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혼다코리아는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판매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에 대해 자동차 부문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터사이클이 3만대 이상 팔렸지만, 수익성이 낮아 자동차 부문 판매 하락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7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본격화 이후 혼다코리아는 신차 출시는 물론 마케팅 활동 등 외부로 드러나는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달에는 2001년 혼다코리아 설립 당시부터 회사를 이끌던 1세대 수입차 경영인 정우영 회장마저 보유한 지분 5%를 본사에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이로써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이지홍 대표가 단독 체제로 이끌게 됐다.
혼다코리아는 시장의 우려에도 한국 철수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올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해 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 활동이 없었던 것은 모델 변경 주기상 들여올 신차가 마땅치 않아서였다”면서 “하반기 신차를 출시하면서 조심스레 활동을 재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