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및 코로나 이후 성장 방안의 하나로 정부는 디지털과 그린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기업 유동성 애로 해소, 내수 활성화, 기업 고용유지 지원 확대 등 단기 어려움 극복을 위한 각종 대책과 함께 코로나 이후 중장기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정책도 제시한 것이다.
한국판 뉴딜 사업에는 디지털 및 그린 뉴딜과 관련한 다수의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 2022년까지는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과제 중심으로 31조3000억원을 각각 투입해 55만개의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은 비대면화·디지털경제 가속화 등의 변화에 대응해 데이터(D) 관련 산업 규모를 키워 가면서 5세대 이동통신(N)과 인공지능(AI) 저변을 확대한다. 챗봇과 언택트 에듀테크, 전자상거래, 게임 등 코로나19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교통·건설 등 공공 인프라 디지털화도 확대해 경제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를 가속한다. 그린 뉴딜은 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을 추진한다.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시기에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사업추진이 타당한가, 오히려 단기 대응 노력을 강화해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좋은 선택으로 판단된다.
우선 같은 재정 사업이라 해도 사람들의 학습 기회와 경험 확보를 촉진하는 사업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난 기본수당과 같이 시장에 가서 한 번 쓰기만 해 달라는 재정 사업의 경우 사람들의 학습이나 일과 관련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직자 등의 경우 생산 관련 역량을 제고할 학습이나 경험 확보를 할 수 없다.
반면 한국판 뉴딜은 재정으로 재난 시기에 민간 소득을 늘린다는 차원에선 재난 기본수당 등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수혜자들에게 생산 관련 지식이나 학습 기회를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재정 투입의 지속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판 뉴딜정책은 같은 재정 사업이라 해도 사회 전반의 부가 가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국민의 학습을 촉진하고 성취 동기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예산 사업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뉴딜은 우리의 취약한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우리나라는 인터넷망 구축이나 속도 등 정보 인프라 구축과 활용 측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제조업 측면에선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하드웨어(HW)를 제외하곤 취약하다. 핵심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 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센서조차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데이터 분석이나 AI 기술의 경우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 비해서도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 인력 부족이 심하다. 이번 한국판 뉴딜정책은 이러한 우리의 취약점을 보완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긍정 측면에도 세부 사업 설계 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이번 뉴딜정책이 국내 기업보다 외국의 글로벌 대기업에 혜택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사업 설계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도로, 교통, 도시 등 SOC 디지털 인프라 구축 시 네트워크 장비나 SW 또는 그린 기술 확보 등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사업에 적극 참여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역량을 높여 갈 수 있도록 사업 설계 단계부터 정책 당국의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판 뉴딜이 단기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디지털과 그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좋은 기회로 활용되길 바란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k1625m@ka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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