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두고 양국의 법적 분쟁이 본격화했다.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TO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열리는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패널 설치 요청은 흔히 WTO 제소라고 부르는 조치다. WTO에서 1심에 해당하는 DSB 패널이 양국의 무역 갈등을 심리하게 된다. 만일 패널 판단에 불복할 경우 규정상 상소를 할 수 있지만,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지난해 12월부터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통상 패널 판단은 1∼2년 정도, 최종심까지는 2∼3년 정도 걸린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또 8월에는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1일 WTO에 제소했지만, 같은 해 11월 22일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일본에 대한 압박 카드였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하고 WTO 제소 절차도 중단했다.
이후 한국은 일본이 수출 규제의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정비했으며, 일본에 지난달 말까지 수출 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이 끝내 전향적 답변을 내놓지 않자 정부는 지난 6월 2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