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불확실성과 증시 고점 우려에 북한의 도발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15일 증시 폭락 후 16일 매수 사이드카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발동할 정도로 급등했고 17일은 장중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금주 들어 국내 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OMC) 의장이 코로나19 타격으로 경제 회복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은데다 코로나19가 각 국가에서 다시 확산되자 위축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등을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취한데 이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시키자 16일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매물이 쏟아졌다. 소위 '전쟁 테마주'로 꼽히는 빅텍, 스테코 등이 잇달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16일 오후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열린 미국 증시는 남북 관계 경색 영향이 미미했다. 되레 예상 외로 개선된 5월 소매판매지수와 6월 주택시장 지수에 열광하며 상승 마감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4% 상승한 26,289.98, S&P500 지수는 1.9% 상승한 3124.74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도 1.75% 상승한 9895.87로 마감했다.
이 날 발표된 미국 5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17.7% 증가해 사상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7.7%를 크게 상회했다. 4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16.4%에서 -14.7%로 상향 조정됐고 자동차·부품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49.8% 증가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6월 주택시장지수는 58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인 45를 크게 상회했고 전월 37보다 훨씬 개선된 수치였다.
신종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초반 장을 달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임상시험에서 '덱사메타손'이 중증환자 사망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오후에는 경제 회복시기가 불확실하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증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그는 경제 회복 신호가 있지만 아직 시기나 회복 강도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생산과 고용이 코로나19 이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개별 회사채 매입 방침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증시 상승·하락 요인이 뒤섞인 가운데 17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보합세에 그쳤다.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추가 도발을 예고했지만 반복돼온 이슈로 보고 증시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코스피는 0.14% 오른 2141.05, 코스닥은 변동없이 735.40에 장을 마쳤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반도 위험 부상 악재를 맞았지만 과거에 빠르게 회복했던 학습 효과와 미국 시장 호재가 상쇄하고 있다”며 “다만 환율 상승폭이 큰 점 등을 봤을 때 당분간 현물시장 회복세가 조절될 만하다”고 진단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하루 변동폭이 3%에 가까울 정도로 확대된 것이 한국 증시에 불확실성을 준다”며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준 상향, 달러와 엔화 강세, 국채금리 상승폭 축소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진 것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