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담에 '빈 자루는 똑바로 서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 재정이 '빈 자루'가 되면 국가가 똑바로 서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채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17년에 410조원이던 국가 예산은 매년 늘어 올해 512조원으로 100조원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1차 추가경정예산 11조7000억원 이후 2차 12조2000억원, 3차 35조3000억원까지 예정되는 등 총 59조2000억원이 편성됐다.
슈퍼예산에 추경까지 늘면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르고 있다. 올해 본예산 제출 때 39.8%이던 국가채무비율은 3차 추경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43.5%에 이를 예정이다. GDP 대비 재정 적자는 본예산 제출 당시 3.5%에서 3차 추경이 통과되면 5.8%까지 치솟는다. 기획재정부는 3차 추경으로 국가 채무가 2022년에 1000조원을 넘은 1030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여야 주장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위기 시 경기 침체를 빠르게 탈출하려면 재정 확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 정상화를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미래통합당은 재정 지출 급증은 국가 재무의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재정을 확장했지만 이것이 경제 성장률로 나타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나 국가 경제 성장을 끌어내는 것은 결국 기업 몫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기업 성장을 위한 법안보다 20대 국회에서 좌초된 공정거래 3법(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등)을 내세우며 '기업 민주화'만 내세운다. 산업계에서도 혁신을 일궈 낼 '유니콘'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눈에 띄지 않는 것 역시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며 안정을 택했다. 현재로선 정부가 쏟아부은 슈퍼예산과 대규모 추경이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만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