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진화하는 제품안전 기술 개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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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품안전기본법'이 처음 제정되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 도입되면서 건축자재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바닥재와 벽지 원재료로 많이 쓰이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진보된 기술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주원재료 처방을 변경하고 생산공정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법 시행에 앞서 업계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 개발에 성공, 시장에 공급하며 업계의 안전성 의식 변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안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소비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통합인증 마크 'KC'를 받은 제품을 더 안전한 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건축자재업계는 법적 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품질 제품을 개발, KC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요구에 부응했다. 이런 변화는 건강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KC인증 획득 이후에도 정부의 사후관리정책은 시장에서 안전하지 않은 불법 제품 퇴출에 큰 역할을 했다.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기술력과 정부 정책이 함께 발전하면서 태국 등 해외 국가가 벤치마킹하는 등 우수 사례로 정착됐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활동이 지속되면서 셀프, 집콕인테리어, 펫테리어 등 생활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또 실내 공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항균·항바이러스 제품 매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불에 안전한 자재 사용 규제를 받는 교육 및 병원시설 등에 이어 다중이용업소로 카페(키즈·방탈출카페), 가상 체육시설(야구·양궁·스크린골프)이 신규 추가되는 등 화재 관련 안전 기준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이제 일상생활 전반에 퍼져 있는 각종 위험 요인에 대비해 기업들은 미리 제품안전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기능성과 디자인까지 충족시키는 최고 제품을 만들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이 원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소재, 신기술, 융·복합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한편 수많은 실패를 발판 삼아 소비자에게 보다 혁신적이고 안전한 제품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 안전 기준이 특정 제품군에 맞춰져 있어 신기술과 융·복합 제품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때가 있다. 또 하나의 제품이 다양한 규제 영향을 받아 품질 검증을 위한 비용이 증가, 기업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거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수입 제품 유통 등으로 제품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생겨 소비자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제품안전기본법과 KC인증 등 정부 정책에 힘입어 기업의 제품안전 역량도 함께 성장해 왔다. 앞으로 정부는 기술과 품질에 대한 선행 기준안 개발 등 세밀하고 근본적인 정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또 기업은 이에 맞는 제품과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다면 안전하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이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유사·중복 규제에 대한 부처 간 조정과 비관리 제품에 대한 사각지대를 좁히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박귀봉 LG하우시스 전무(장식재사업부장) parkkb@lghaus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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