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회복되나 했더니"…정유업계, 사우디 원유 수출가격 인상 악재 우려

정유업계가 점진적인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실적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갑작스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가격(OSP)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1.6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5월 첫째주 -3.3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이 원유보다 저렴해 손실이 누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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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무관. 작년 4월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올랐을때 주유소 모습. [사진= 전자신문 DB]

최근 정유업계는 마이너스 정제마진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었다. 석유 제품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휘발유 정제마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개선폭을 제한한 항공유 등 등유 정제마진만 개선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항공 봉쇄가 점차 풀리면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사우디발 악재로 희석됐다. 사우디는 지난 8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일산 118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이달 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수출량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에너지정보 분석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사우디는 7일(현지시간)부터 아시아 지역 대상으로 판매하는 7월 인도분 OSP를 유종별로 5.6~7.3달러 인상했다. 이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시점으로 OSP를 원상복귀하는 것이다.

OSP 인상은 원유 가격이 그만큼 오른다는 의미다. 원유를 구매,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업체들로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19 여파가 석유 수요를 제한하고 있는 시점에선 정제마진이 재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는 정유업계에는 악재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인상 전 OSP를 기준으로 원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을 예상, 2분기 실적 개선을 점쳤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사우디 OSP 인상은 정제마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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