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의연 사태 첫 언급 “비온 뒤 땅 굳는다”…기부금 통합시스템으로 '투명성 강화'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 폄훼 안돼…
시민단체 활동 방식 되돌아 볼 계기”

Photo Image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 논란과 관련해 첫 입장을 내놨다.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를 폄훼해선 안 된다면서도, 논란이 된 시민단체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투명한 기부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 언급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의연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역시 관련한 논평이나 의견 등을 내놓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개인은 물론, 위안부 운동 자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진영간 논쟁을 넘어 국론까지 분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으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에서부터 위안부 운동은 시작됐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참혹한 성폭력 범죄가 세계에 알려졌고 한일간 역사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논의가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의 전시 성범죄 피해자에게 큰 용기를 줬고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 비롯해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전세계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스스로 운동 주체가 돼 당당하고 용기있게 행동했기에 가능했다며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선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고 정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 미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도 최초로 증언했고 연세90의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촉구하는 활동도 벌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 없는 위안부 운동은 생각할 수 없다며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시민단체 회계부정 등에 대해선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시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인류적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여성 인권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부금 통합 시스템 등을 구축해 시민단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성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 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 시민단체도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을 향해선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며 진영간 논쟁을 경계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