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비용을 구독료 형태로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식음료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음악과 영화 등 콘텐츠 산업과 가전 등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식품과 커피, 화장품, 술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와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쇼핑 트렌드에 따라 '공유 경제'보다 '구독경제'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구독경제가 가장 활발해지는 분야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등으로 구성된 '밀키트'나 반조리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독해 가정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8년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 정기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는 저당식, 다이어트식(라이트), 영양식(웰니스) 식단을 이틀에 한 번씩 새벽배송으로 제공하는 '그리팅' 서비스를 지난 3월 출시했다. 남양유업도 지난 3월 양질의 재료를 사용한 신선한 배달 이유식 브랜드 '케어비'를 론칭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업계 최초로 월 정액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월 5000원 미만 구독료를 내면 특정 버거를 주 1회 총 4번 제공한다. 현재는 구독할 수 있는 버거 종류가 한정돼 있지만 향후 구독 가능한 버거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홈술족을 위한 술 구독 서비스도 나왔다. 배상면주가는 올초부터 온라인 쇼핑몰 '홈술닷컴'을 통해 막걸리 정기 구독 서비스를 한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배상면주가 포천LB의 막걸리들을 설정된 주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로, 정기구독 신청 고객에게는 10% 구매 할인 혜택도 준다. 녹두전이나 김치전과 같은 전 종류의 가정간편식(HRM) 안주류도 함께 맛 볼 수 있다.
GS25와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체들은 출근길 직장인을 공략하기 위한 커피와 도시락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선불로 낸 뒤 일 1회 커피나 도시락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또한 GS25의 택배서비스 포스트박스(POSTBOX)는 택배 서비스 다수 이용자들을 위해 구독경제 방식으로 정기적 할인권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는 진화된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신제품 샘풀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뷰티박스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피부 진단 후 개개인 피부 타입과 취향,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제조해 배송해주는 형태로 진화했다.
외국에서는 전자담배도 구독 서비스가 진행중이다. BAT 계열사 전자 담배 업체 뷰즈와 바이프는 미국과 영국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자담배 디바이스는 물론 액상 팟(POD)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준다. 다만 국내에서는 니코틴의 택배 배송이 금지돼 있는 만큼 시행되기는 어렵다.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편의성과 높은 할인율이 장점이다. 업체로서도 고객 유입효과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구독경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추가 구매를 유도할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최근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진화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충성고객 확보와 매출확대를 꾀하면서 소비자도 만족시키는 윈윈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