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에 대한 기소 타당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검증받기 위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지 이틀 만이다.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긴장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법원은 이르면 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각각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조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도입된 대검찰청 산하 위원회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심의위 신청'을 건너뛰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에 반발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인단도 구속영장 청구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 3인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 3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 심의신청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 검토와 국민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