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전업계 양극화 심화
수출위주 삼성·LG전자 실적 양호
내수에 주력한 신일전자 등 적자
가전 내수와 수출 기업의 1분기 성적이 엇갈렸다. 수출 중심인 대기업은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내수 중심인 중소·중견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양극화 경향을 보였다. 가전업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분기 실적 공시자료에 따르면 가전산업 코로나19 피해가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으로 양극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할 때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1분기 매출 1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2017년, 2018년보다는 나았다. LG전자 H&A 사업본부는 매출 5조418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535억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오히려 평년보다 나은 실적을 나타낸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피해는 중소·중견 기업에 집중됐다. 적자에 허덕이거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위니아딤채는 1분기 매출 1362억원으로 지난해 911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적자 192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진 탈출에 실패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 197억원을 기록했다. 위닉스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317억원에서 올해 964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31억원에서 9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일전자는 1분기 매출 181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영업적자 1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은 내수·수출 비중에 따라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는 2월 말부터 영향이 나타났으나 해외 주요 시장은 3월 말부터 영향을 받았다. 내수 중심 기업은 코로나19 타격을 고스란히 입었지만, 수출 중심 기업은 코로나19 영향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위니아딤채는 내수 비중이 90%에 달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크다.
제품 다양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소품종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외부변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위닉스는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제습기가 주력이며 위니아딤채는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이, 신일전자는 선풍기가 주력이다. 계절가전이 많은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2분기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진 2분기에는 내수와 수출 기업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에서 생산과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봉쇄를 서서히 푸는 국가가 많아 6월 이후가 연간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업계는 적기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가전이 대부분 대형 매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정부 재난지원금 효과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중소·중견 가전 생태계 피해가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면서 “으뜸효율 가전 지원을 6~7월에 집중하는 등 정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