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농·축협 오픈뱅킹 무임승차...업계 "역차별, 정부가 나서달라"

분담금 내는 참가기관 아님에도
농협은행 오픈API 우회 이용
업계 "공정성 훼손" 대안 마련 촉구
금융당국 "특별분담금 형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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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소속 지방 농축협이 정부 오픈뱅킹 우회 이용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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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소속 지방 농·축협(상호금융)이 정부 오픈뱅킹을 이용하면서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여개 핀테크 업체는 지방 농·축협 오픈뱅킹 활용과 관련, 이 같은 우회 이용행위가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금융당국에 엄중 조치와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26일 핀테크 업계는 농·축협 오픈뱅킹 우회 이용을 막아달라며 금융위원회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도 업계 의견을 수용, 농협중앙회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오픈뱅킹 가이드라인에는 오픈뱅킹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참가기관 자격이 있어야 한다. 참가기관은 오픈뱅킹 관리·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분담금 형태로 내야 하는데 현재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은 별도 분담금을 내고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상호금융으로 구분되는 농협중앙회 산하 농·축협은 참가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 오픈API를 우회 이용(타행에서 계좌 출금)해 자사 뱅킹 서비스에 오픈뱅킹을 끌어다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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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농·축협이 오픈뱅킹을 우회 이용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일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참가기관처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특별분담금 형태로 내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은 제2금융권과 증권사 오픈뱅킹 참여가 코로나19 사태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농·축협이 참가기관이 아님에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오픈뱅킹을 이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요 금융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도 단위 농·축협의 반쪽짜리 오픈뱅킹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늘고 있다.

농협은행 오픈뱅킹을 우회해 이용하다보니 농·축협 계좌에서 타은행 출금은 가능하지만, 타은행에서 단위농협계좌 출금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타은행 출금은 참가기관으로 선정된 농협은행만 가능하다. 농·축협은 상호금융으로 분류되고 오픈뱅킹 참가기관도 아니어서 '타은행으로 출금 서비스'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형 은행도 농·축협의 이 같은 이용에 대해 노골적으로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지만 불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해왔다.

한 대형은행 담당자는 “오픈뱅킹 서비스 취지가 핀테크 기업에 서비스 수수료 등을 낮춰 혁신 서비스 등을 발굴하자는 취지인데 오히려 농협이 정부의 진흥 인프라를 악용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축협 지역조합이 보유한 유효 고객만 3000만명이 넘는다. 운영 점포도 4700개 이상이다.

때문에 농협은행과 농·축협 지역조합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방과 중장년층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다.

일각에서는 금융사 주무부처가 제각각이다보니, 오픈뱅킹을 포함한 디지털 혁신 사업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수협 등 상호금융권은 각각 다른 법을 기반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신협의 신용협동조합법은 금융위, 농협 관련 농업협동조합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 부처다. 수산업협동조합법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법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적용받는 규제가 주무부처별로 나뉘다보니 디지털 혁신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금융위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며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상호금융을 포함한 금융사 관리체계를 금융위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