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의무화에 '보험설계사 고용 포기' 우려

정부, 특수고용직까지 적용 추진
전속 보험설계사 19만명 포함
보험사, 최고 1000억 비용 부담
업계 "GA에 위탁 형태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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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보험회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고용보험 의무화로 부담이 커져 사실상 설계사 고용을 포기하는 '탈(脫)전속설계사 현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예술인'까지 확대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이를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 등이 21대 국회에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 등을 추진한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계약에 따라 일하고 대가를 받지만, 지휘 또는 감독을 받지 않지 않는 근로자를 말한다. 통상 보험설계사나 카드모집인처럼 근로시간이 자유로운 업종이 해당 영역에 속한다. 이런 성격 탓에 주부와 경력단절여성 등을 포함한 여성과 고령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아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산재보험에 선택해 가입한다. 다만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일반근로자와 달리 특수고용직은 보험료 절반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산재보험을 선택하는 설계사는 많지 않다. 일부 회사가 복리후생 차원으로 제공하는 단체보험에 주로 가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일반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개념으로 계약해 근로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면서 “현행 제도 내에선 산재보험에 선택 가입하거나 이를 선택하지 않으면 복리후생 차원으로 단체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가 결정되면 보험회사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고용보험의 경우 근로자와 회사가 산재보험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분담한다. 현행 고용보험은 근로자가 급여의 0.8%를, 회사가 동일한 0.8%를 지는 형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속 보험설계사만 19만명에 달해 보험회사는 많게는 1000억원 상당의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된다.

설계사들도 고용보험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처우개선이란 정부 정책 취지에 공감하지만 보험회사의 비용 부담 가중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과거 생명보헙협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84%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반대하거나 자율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고용보험 의무화가 확정될 경우 보험회사 부담이 늘어 자연스럽게 전속설계사 조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보험 부담을 지면서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기보단 법인보험대리점(GA)에 위탁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고용보험 보험료로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될 것이 뻔하다”면서 “업황도 좋지 않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자체 전속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기보단 GA쪽에 위탁해 하는 형태가 늘어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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