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이통 3사 갑질 논란에 휩싸인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자진시정)안 수용결정을 미뤘다. 시정안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동의의결은 위법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원 회의를 열어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반려한 지 8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동의의결 시정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안 등 자료를 제출하면 합의를 속개해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난 1차 심의 후 애플이 보완한 시정방안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상생 지원 방안 집행 계획 등 구체성이 미흡해 반려한 것이다.
공정위는 2016년 애플 조사에 나섰다. 2년여의 조사를 거쳐 2018년 “애플의 이런 관행은 불공정 거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심사 보고서(공소장)를 보냈다. 이 안건은 같은 해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전원 회의에서 3차례 심의했다. 공정위는 조사를 마무리하고 2018년 12월 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제재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 심의 절차를 개시했지만 지난해 7월 애플코리아는 동의 의결을 신청하면서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애플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애플이 통신사와 공동으로 비용을 각출해 '광고기금'을 조성한 뒤 애플 제품과 브랜드 광고만 내보냈다 것 △애플이 자사 제품 전용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시설 운영비용 일부를 통신사에 분담케 한 점이다.
향후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수용할 경우 애플은 수백억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피하게 된다. 통신 3사와 소비자들은 과징금에 걸맞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동의의결이 기각될 경우 공정위 차원의 징계 절차로 돌아간다. 이 경우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과징금을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국가 경쟁당국도 애플 광고 영업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동의의결제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선 “법 위반 기업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거래 상대방 피해를 구제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여 피해자를 우선 구제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다. 반면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 이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