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매물 회전이 안 되는 건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차량을 내놓겠다는 문의는 늘었는데 정작 사겠다는 손님이 없어요.”
지난 20여년간 서울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해온 김우성씨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월부터 고객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이후 매물을 직접 보러 오는 고객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영세 소상공인 중심의 중고차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매입이 꾸준하지만 매도가 줄면서 주차장에 차량만 쌓아놓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고차 등록 건수는 31만5114대를 기록했다. 사업자 거래 건수 가운데 매입은 9만85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으나, 매도는 8만4313대로 9.9% 감소했다. 특히 상사 명의로 이전한 중고차는 1만5719대로 22.1% 급증했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늘었는데 사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중고차는 차량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특성상 대면 거래가 필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대면 거래를 기피하면서 중고차 매도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 불황에는 중고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A 중고차 상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매단지를 찾는 손님 자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출장을 통해 중고차를 매입하고 있지만, 매도가 줄어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지면서 일부 중소 중고차 상사는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매도가 줄어 차량을 현금화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중고차 상사는 차량 매입비와 관리비, 임대료가 전체 운영비의 70%를 차지한다. 매매 수수료가 월급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선 딜러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던 중고차 수출길도 막혔다. 중고차 최대 수출지역인 중동 국가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현지 거래가 급감한 영향이다.
생존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중고차 시장에 대해 정부의 지원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고차 업계는 오히려 신차 시장과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신차 구매 독려를 위해 6월까지 차량 가격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1.5%로 인하했으나, 중고차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차에만 세제 혜택을 몰아주다 보니 중고차가 상대적으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서민이 주 고객인 중고차 시장에도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