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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창업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창업지원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빠르게 개편될 것입니다.”

취임 3년차에 접어든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두된 전례 없는 도전과제에 대응하면서 창업지원 방식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고 창업생태계 개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TIPS 프로그램이나 각종 교육 서비스 등 우수한 창업지원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제도들 내에 온라인 측면을 강화하면 보다 효과적 창업 지원 제도가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창업기업 선정작업이 지연되는 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밝혔다. 온라인 멘토링이나 온라인 창업교육, 온라인 회의 등에 대한 거부감이 확연히 줄어든데다, 최근 개발을 끝낸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이 현장 곳곳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또 공공기관 최초로 서면 이사회를 원격 영상 이사회로 전환한다. 서면 이사회의 경우 충분한 안건 설명 없이 찬반 의사만 표시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창진원은 이달부터 원격 영상 이사회를 적용, 이사들의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원격 영상 자문회의를 열어 해당 분야 전문가 혹은 정책 수요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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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가장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임기가 끝나지 않은터라 자평하기엔 이르지만,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혁신이 가능한 형태로 조직문화를 바꾼 것, 다른 하나는 '스마트 창업지원'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특히 조직문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 조직문화가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문화였다면 현재의 조직문화는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에 가깝다.

취임 당시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엄정하게 집행하는 측면에서 넥타이 매는 것은 필요하긴 했으나 소통 측면에서 오히려 제한이 많았다. 취임 일주일 만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 조직으로 바꿨다. 무엇보다 상급자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라야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다. 팀원끼리 나이 따지고 경력 따지고 호봉 따지기 시작하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대 의견을 내놓기 어렵게 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어렵다. 그래서 매주 한 차례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하고, 원장 일정을 시간 단위로 공개했다. 이동 중에는 모바일 결재를 하고 월례조회 때는 제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직원들이 원장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고 미션을 완수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제 방에 들어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직원이 늘었다. 정부 정책이 100% 완벽하게 내려오지는 않는다. 산하기관의 현장경험을 접목할 때 비로소 완벽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직원들이 정책을 집행하면서 정책 수혜자들의 반응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저의 방문을 자주 두드린다는 게 보람된다.

-'스마트 창업지원'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창업지원을 스마트하게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졌다는 얘기다. 지원 방식이 스마트 해야 창업자들이 편하다. 작년에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러한 취지였다. 최근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창업지원기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열었고, 현장간담회 대신 원격 영상 간담회를 가졌다. 주관기관 선정 평가 때도, 주간간부 회의와 월례조회 때도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앞으로 오프라인 이사회를 열기 어려울 땐 서면 이사회 대신 원격 영상 이사회를 열려고 한다. 창업교육도 오프라인·온라인 교육을 결합한 형태로 바꿔가고 있다. 작년에 창업교육 콘텐츠 플랫폼인 '창업에듀'를 업그레이드 했고, 올해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이 창업에듀를 활용하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은 창업에듀 콘텐츠를 패키지로 묶어 전교생 창업교육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길게 보면 창업교육 콘텐츠 플랫폼인 창업에듀를 실시간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창업교육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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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에 대한 창업자들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창업자들의 만족도 점수는 상승하고 있다. 다만 창진원이 창업자들에게 지원을 해주면서 많이 괴롭힌다는 오해 아닌 오해는 있는 것 같다. 일하는 프로세스 자체가 창진원의 지원을 받으려면 보고서도 써야 하고 의무 교육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지나치게 성가시게 한다는 불평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큰 장이 서면 소매치기가 왜 없겠는가. 소매치기를 못 오게 하려면 경찰도 부르고, 검문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측면을 강화하면 장이 망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얼마나 조화롭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창업 지원 효율성을 높이고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진원이 잘하는 측면도 많고 나름 애환도 많다.

-정부 지원 예산이 크게 확대되면서 양적 성장은 일궜으나 질적 성장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창업지원의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창업진흥원은 적절한 형태의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이 서비스를 창업기업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진흥원은 올해 '스마트 창업지원'을 기치로 내걸었다. 작년에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로 개발한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 창업에듀 시스템, 사업비 점검 시스템 등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창업지원의 효율을 높이려고 한다. 창업지원통합관리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고,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에 남아 있는 마지막 액티브X도 제거한다. 정부는 그동안 유망창업기업들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무난히 극복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규모확대) 지원방안도 고민 많이 했다. 2022년까지 20개 유니콘이 탄생하게 하겠다는 'K-유니콘' 프로그램도 그 결과 중 하나다. 유망 창업기업이 데스밸리에 빠져 망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이다. 데스밸리를 넘어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연간매출 수백억, 수천억 기업으로 성장하게 하고, 수십개, 수백개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창진원은 K-유니콘 프로그램의 첫 단계인 아기 유니콘 지원 사업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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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창업 지원 제도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라 평가할 수 있는가. 앞으로 중점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사실 해를 거듭할 수록 달라지고 있다. 단칼에 모든게 해결되진 않지만 5년전, 3년전과 비교해도 창업생태계는 많이 활성화됐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지만 그래도 외국에서는 국내 창업지원 정책 부럽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11호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 보유 국가 중 공동 5위로 랭크되었다. 국내 시장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는 굉장히 높은 순위이다. 투자시장 활성화, 창업기업 지속성장을 촉진한 정부 지원 제도가 없었다면 이 같은 성과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해외에 국내 창업 지원 제도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에 국내 창업 지원 제도는 세계적 수준이라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창업지원 서비스는 결국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으로 개편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대한민국 역시 창업 지원 제도에 '온라인'을 보다 많이 접목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미국 등 주요 창업 선진국의 창업 지원 제도들은 간접적 지원의 형태를 많이 보인다. 대한민국의 직접 지원 제도와는 반대되는 성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의 특성상 직접 지원을 없앨 수는 없으나, 점차 간접 지원의 비율을 높일 필요도 있다.

-창구(구글과의 협업) 프로그램에 이은 후속타는 언제쯤 가시화되나.

▲작년 구글플레이와 협업한 창구 프로그램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우수 사례이다. 올해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함께하는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창구 프로그램은 이미 올해 창업기업을 모집 중에 있으며, 엔비디아와 함께하는 '엔업 프로그램'은 이달 중 창업기업을 모집할 계획이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협업 프로그램들은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기업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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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해서 성공하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접했을 것이다. 어떤 스타트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스케일업 기업으로 지속성장하는가.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한 두 가지 요인으로 좋은 기업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좋은 기업이 탄생한다고 본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좋은 리더가 좋은 기업을 일군다'는 거다. 잘나가던 기업도 창업자가 리더십에서 문제를 드러내면 망하기 십상이고, 잘될 것 같지 않던 기업도 창업자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면 좋은 기업으로 성장한다. 유망해보였던 창업기업이 리더의 잘못된 언행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반대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창업기업이 좋은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창업자가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한 경우였다.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는 제목의 책도 있다. 말 그대로 리더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한다. 리더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탁 트인 길이 열리기도 하고 가시밭길이 나오기도 한다. 창업 기업의 경우엔 잘못된 결정 하나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디캠프(D.CAMP) 센터장 시절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할 때 창업자의 리더십을 유심히 살피곤 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창업자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계에서는 각종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해 개선해야 할 규제,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보나.

▲창업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특별히 어떤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어떤 규제를 대하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애로들을 해결해주는 조직원들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게 되면 정책 수요자들의 수요와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

100% 완벽한 정책이 있을 순 없다. 정책을 집행하는 산하기관이 잘못하게 되면 95점짜리 정책이 50점이 될 수도 있고, 다소 부족했던 정책도 90점짜리가 될 수도 있다. 창진원은 정책 현장에서 어떻게 피드백되는지를 알 수 있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실현시키는 조직원들이 보다 소신을 갖고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창업계는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내고 있고, 정부가 창업계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소신과 함께 업무를 대하는 책임감이라고 본다.

규제에 대한 정부 노력의 결실이 '규제 샌드박스'라 생각한다. 지난 2018년 이후 점차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아 기술과 아이디어를 맘껏 펼치는 창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혁신을 위해 노력한 산물이며, 규제 샌드박스 자체가 문화로 자리잡는다면 향후 불필요한 규제들을 혁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를 혁신할수록 코로나19 이후 크게 확산될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역시 가속화되는 강력한 저변이 될 것이다.

[프로필]


김 원장은 1987년 언론계에 입문해 전자신문, 서울경제,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27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2015년부터 3년 동안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상임이사 겸 디캠프(D.CAMP) 2대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0018년 4월부터 창업진흥원장을 맡아 '창업지원의 스마트화'에 앞장서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