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인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학물질 유통업체 직원이 야외 작업장에서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산 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이 일로 직원 4명과 펌프 수리 외주 업체 근로자 1명 등 5명이 사망했고 인근 주민 등 1만1000여명이 불산 누출 여파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화학물질 사고는 잊을만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인명 피해와 재산피해를 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구미 불산사고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13년 5월 탄생했다. 2015년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화평법에 따라 5664종의 유해성 정보가 등록됐고, 화관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취득한 1만4000여개 사업장이 등록한 상태다.
환경부는 화평법과 화관법은 국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평법과 화관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화학사고를 공식 집계하지도 못했다”면서 “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에 부담은 있겠지만 사고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113건에 달하던 화학사고는 2017년 87건, 지난해 57건으로 줄어드는 등 사고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 들어서도 질산을 싣고가던 탱크로리 차량이 터널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차량 30대가 파손되고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질산 유출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유해물질이 언제어디서 돌발사고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환경부는 산업계와 지속 소통하고 산업현장을 고려한 제도개선 등을 통해 제도 이행을 독려할 방침이다. 지난달 31일에는 개정 화관법을 공포했다. 장외·위해 통합계획서 관련 규정 등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뒤 시행돼 복잡한 화학물질 안전관리 절차가 개선되고 사업장 인근의 주민안전과 사고 대응 능력도 향상될 전망이다. 취급물질 종류·수량에 따라 외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업장은 장외영향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안전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사업장은 인근 지역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개별설명, 서면통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공토록 했다. 지자체도 지역화학사고 발생 시 빠른 대처와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주민대피계획 등이 반영된 '지역화학사고대응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했다.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시행한다. 올해 업계 지원예산이 529억원으로 세배가량 늘어남에 따라 맞춤형 지원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 문서작성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 등에는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장외영향평가서 작성과 제출을 지원한다.
환경부는 코로나19 장기화 대책도 내놨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을 내년 12월까지 336개 품목으로 확대 적용하고 화관법 정기검사는 올해 9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화관법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이면서도 국민 안전에는 허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관법이 시행된 것은 화학사고로 인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장치”라며 “법 시행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지만 사고가 날 경우 재산피해는 물론 대규모 인명피해도 발생하는 만큼 법 준수에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화학사고 발생 현황(2015~2019)
○ 원인별 화학사고 발생 현황
* 2017년 사고건수 중 포항지진(2017년 11월) 발생으로 인한 자연재해 8건 포함
** 화학사고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현황을 집계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