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전자서 엑스선 방출
반도체·디스플레이·車부품부터 단백질까지
미세한 물체 분석·특성 파악…활용 분야 多
강원·충북·경북·전남 등 유치 경쟁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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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국 과학기술계가 부지 선정을 앞둔 '방사광가속기' 유치 건으로 들끓고 있다. 강원(춘천), 충북(오창), 경북(포항), 전남(나주)이 경쟁에 뛰어들어 각자의 유치 당위성 설파에 여념이 없다.

각 지역이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활용 효과 때문이다. 자체 사업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있지만, 새로운 방사광가속기의 역할과 이에 따른 파급효과 역시 막대하다.

방사광가속기는 거대 연구시설 가운데 가장 실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성자나 중이온 입자가속기는 기초연구에 활용도가 높은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와 산업 연구 모두를 아우른다. 재료공학부터, 물리학,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은 물론이고 단백질 같은 대상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정밀하고 극한에 가까운 분석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현미경처럼 아주 미세한 물체를 분석하고, 물질 특성을 규명하는데 탁월하다. 흡수, 반사, 광전효과, 산란 등 다양한 물성을 가진 엑스선으로 대상이 되는 물질과 상호작용해 물성을 파악한다.

새롭게 가속기를 건설하면 우리나라가 일본 소재 기술을 따라잡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물성 분석은 새로운 소재 개발에 꼭 필요한 요소다.

방사광가속기 강력한 자석으로 만든 가속관을 활용, 전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한다. 이를 사용 용도에 따라 '빔라인'으로 내놓는 것이 바로 방사광가속기다. 자외선, 고에너지 엑스선 등 다양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사광가속기는 '빛 공장'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가속기는 원형과 선형으로 나뉜다. 원형은 전자가 원형으로 돈다. 전자 방향에 변화를 가했을 때, 전자의 본래 진행 방향(접선 방향)으로 방출되는 엑스선 빔을 활용한다. 가속 세기와 얼마나 방향을 꺾었느냐 여부에 따라 방출 양상이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여러 개 빔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 진행 방향을 조절할수록 그만큼 방출하는 양도 많다. 사실상 전 방향으로 빔라인을 뽑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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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빔라인

반면 선형 가속기는 말 그대로 선형 구조를 띤다. 이 때문에 활용 가능한 빔라인도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선형가속기가 뒤떨어지거나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원형과 선형 가속기는 서로 다른 분야에 다른 용도로 쓰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들 방사광가속기를 갖고 있다. 지난 1995년 포항에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했고, 2017년부터는 4세대 선형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새롭게 건설하려는 것은 4세대 원형이다.

가속기 세대를 가르는 가장 큰 특징은 빔 크기다. 예를 들어 포항 3세대 원형가속기 빔크기는 5.8나노미터(㎚) 이하이고, 4세대 선형은 0.5㎚ 이하다.

빔 크기는 작을수록 좋다. 빔을 좁은 곳에 집중하면 정밀도를 극대화하고 강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4세대 선형가속기 빔 강도는 가장 높다.


새로 지으려는 원형가속기 역시 4세대인 만큼 빔 크기를 이전 세대보다 훨씬 좁혀 보다 첨단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