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부, 'R&BD' 15년...비즈니스 위한 R&D 정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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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스케일업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추진절차일반 R&D 사업과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BD)간 지원내용 차이

중소·중견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한 이후 매출을 높이거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등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기까지는 다양한 단계에서 수많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연구개발(R&D)로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도 추가 설비 확보 및 마케팅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 또 급변하는 국내외 기술 경쟁 환경에서 고객 수요 변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좌절하기도 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중소·중견기업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해 대규모 R&D 예산을 투입, 성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 R&D를 통한 기술사업화 성과가 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 R&D 예산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기업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과 민간 부문 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업화 목적 R&D 최초 정착…비즈니스로 연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는 지난 2005년부터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BD)'을 추진했다. 단순히 R&D에 비용이나 인력 투입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사업화 전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업 목적은 R&D는 물론 시장 환경, 비즈니스를 종합 고려해 기업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다. 지난 15년간 R&BD는 수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해당 사업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우선 특정 분야 기술 개발만 추구하지 않고 기술사업화에 관한 모든 과정을 폭 넓게 지원한다. 통상 기업이 R&D로 신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고객 수요가 발생해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우수성이 바로 수요 확보나 수익 발생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업화 과정 전반에 철저한 분석과 검토가 요구된다.

먼저 어떤 시장을 목표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등에 관한 비즈니스모델 기획(BM기획)이 선행돼야 한다. 이어 신속한 R&D로 시제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시험 및 인증도 요구된다.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과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한 양산설비 확충, 마케팅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 개발 이후(Post-R&D) 과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흥망성쇠 사례를 보면 일정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시장다각화 및 고객수용도 향상 등을 통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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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부의 R&D 지원은 이 같은 수많은 과정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은 민간자금 연계로 이를 보완한다.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벤처캐피탈(VC) 등의 관점에서 기업 투자는 높은 기술사업화 성공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

이 사업은 선제적으로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에 정부 지원을 추가적으로 연계하는 구조다. 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이 어려운 생산설비 확충 등 양산 과정에 대한 투자 및 마케팅 등 판매단계에서 민간투자자금 연계는 기업 기술사업화 성공에 핵심 요인이다.

세 번째 특징은 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우수한 민간그룹과 협업을 꼽을 수 있다. 기술사업화 전 과정에서 기업 약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멘토 같은 주체들과의 협업을 연계 지원한다.

기술사업화 촉진 비즈니스 디렉터(BD)가 대표 사례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R&D과정의 애로요인에 대안을 제시한다. 국내 및 해외시장 진출 시 고객을 상세 분석하는 등 시장에 관한 최적의 접근 방안도 제시한다.

◇일자리 창출에 中企 인큐베이터 역할까지

그동안 추진된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 성과는 우수하다. 작년 민간투자연계형에서 벤처캐피탈 투자유치금액 총 445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당 평균 2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사업 지원 금액은 2년 간 최대 15억원이다. 선정 기업들은 정부지원금과 민간투자금을 합해 약 40억원의 기술사업화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고용창출효과도 눈에 띈다. 2019년 기준 총 선정기업 35개 기업의 신규 고용창출은 총 395명이다. 이 가운데 청년 일자리 창출은 255명으로 집계됐다. 기업 당 평균 11명꼴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일자리 창출이 현 정부 핵심 아젠다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의 기여 효과가 크다.

또 경제·사회적으로 크게 기여하는 기업도 다수 배출했다. 특히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진단키트 및 치료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이뮨메드' '수젠텍' 등 바이오 기업, 독자 우수제품을 보유한 '나인테크' '램테크놀러지' 등 반도체 전문기업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전자펜을 개발한 '네오랩컨버전스',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주목받아 작년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라온피플', 올 초 미국 CES에서 혁신기술상을 수상한 '코너스'도 이 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