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리방화벽(GFW)을 게임 내 채팅까지 확대한다.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든 게임에서 중국인과 외국인의 접촉을 금하고 채팅 내용을 검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권(판호) 해결을 기대하던 국내 게임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애플앱스토어와 HTML5 같은 미니게임에까지 판호 심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중국 게임업계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게임 이용자는 앞으로 중국 전용 서버에서만 게임해야 한다. 글로벌 서버에서 다른 국가의 이용자와 게임을 즐길 수 없다. 다른 국적 플레이어와 자국민이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게임사는 '글로벌 서비스' 기능을 홍보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광고는 앞으로 불법으로 규정된다. '다국적 플레이어와 온라인 채팅 기능'도 마찬가지다. 즉각 삭제해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판호가 철회될 수 있다. 이르면 6월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사는 게임 내에서 중국 당국이 꺼리는 단어를 강력히 관리해야 한다. 게임이름, 계정명, 시스템에 부적절한 내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임 내 채팅도 포함된다. '좀비' '전염병' 등 단어가 포함된다. 맵 편집, 캐릭터 꾸미기, 길드 콘텐츠 등도 제한된다.
이와 함께 실명제 시스템도 강화돼 실명 인증을 받지 않으면 이용 시간과 과금에 제한을 받게 된다. 청소년 이용 제한도 강화돼 이용 시간과 과금액 상한은 더욱 줄어든다.
기존 게임 규제는 청소년 보호나 자국 산업 보호를 가장한 문화 개방 통제에 중심을 맞췄다. 콘텐츠 검열을 책임지는 국가뉴스출판광전총국은 체제전복(반란), 성매매, 마약, 동성애, 귀신, 해골, 종교 등을 엄격히 금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치 목적이 강하다. 게임 내 상호작용이 국가 체제 유지와 사상 통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통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채팅과 접촉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모여봐요 동물의 숲'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물의 숲은 무인도를 직접 꾸밀 수 있는 게임이다. 최근 한 이용자가 중국 공산당 비판과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데 사용했다. 게임이 한순간에 중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좀비와 전염병 역시 중국이 껄끄러워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19와 '우한 폐렴' 연관성에 극도로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최근 중국 앱스토어에서 '전염병 주식회사'를 퇴출시켰다. 불법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8년 동안 서비스돼 온 정상 게임이었다.
중국 시산쥐 스튜디오는 '선검정연3' 대만 이용자가 '중국 우한 폐렴'이라고 채팅하자 대만 퍼블리셔 왕인궈지와 맺은 서비스 계약을 종료했다.
업계는 중국 게임 규제가 강해질수록 국내 게임사가 직간접 피해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흥행되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중국의 별도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 직접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게임이 가설사설망(VPN)을 이용하거나 시스템 시간을 변경하는 식으로 서버 이동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강도 높은 검열과 통제가 계속된다면 언제까지 현지 퍼블리셔와 관계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
콘텐츠 업데이트에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창의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잠재된 위험성이다. 동물의 숲을 비롯해 갑자기 사라진 수많은 게임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불확실성도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 목적이든 아니든 중국 당국이 게임에 대해 또 한 번 강도 높은 압박을 했다는 것”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은 직간접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