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에 담긴 '재정건전성 사수' 의지
사업 목적 훼손되지 않도록 감액 결정
국방 9047억원·SOC 5804억원 삭감
기금 재원 활용해 총 1조2000억 확보
정부가 17년 만에 마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빚 없는 추경'을 특징으로 한다. 국방·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사업비를 줄여 총 7조6000억원 규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집행 불용률이 높거나, 사업 목적이 훼손되지 않고도 집행연기가 가능한 사업이 대상이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에는 '재정건전성 사수'라는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됐다.
정부가 16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9조7000억원 가운데 중앙정부 부담분인 7조6000억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재원 활용으로 조달한다. 이로써 512조3000억원 규모 올해 예산의 1%가 넘는 분야의 지출이 감축되거나 미뤄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정 차질이나 집행상 계약 지연 등으로 집행이 어려운 분야를 선정했고 사업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액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번에 감액된 사업은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 반영한다.
정부가 지출 조정한 사업비 삭감 액수는 총 2조4052억원이다.
삭감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국방이다. 총 9047억원이 감축됐다. 전투기 F-35A·해상작전헬기·이지스함 광개토-Ⅲ 도입과 같은 방위력 개선 사업 입찰이나 계약 지연 등에 따라 조정됐다.
SOC에서는 5804억원이 줄었다. 철도사업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55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ODA에서는 개발도상국 차관·해외봉사단 사업 등을 조정해 2677억원을 마련한다.
특히 정부는 고통분담 차원으로 공무원 인건비 삭감 등으로 6952억원을 확보한다. 채용시험 연기로 쓸 곳이 사라진 인건비(2999억원), 권장 휴가 확대를 통한 연가보상비 전액(3953억원)이 삭감 대상이다. 이 밖에 최근 금리 하락으로 올해 예산 편성 당시 상정했던 국고채 이자율 2.6%를 2.1%로 낮추면서 27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세출조정으로 국방력 저하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방 분야, 특히 방위력 개선 사업은 구조조정으로 전력화 시기가 미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2조8000억원 규모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신규 예탁 축소를 통해 조달한다. 외평기금은 원화가치가 급등할 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와 같은 외화를 사들이기 위해 마련하는 기금이다.
정부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원화 자산 확보 필요성이 낮아진 점을 고려해 이같이 조치했다.
이처럼 지출조정으로 마련한 총 6조4000억원 외에도 기금 재원을 활용해 총 1조2000억원을 확보한다. 세부적으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의 일반회계 반환 확대(5000억원), 주택도시기금(4748억원) 등이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은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나라 곳간 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질 재정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기준 54조4000억원 적자를 냈다. 이에 더해 지난 1차 추경만으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치솟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1%로 악화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정책의 효과성과 재정소요 관리 방안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