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정상화될 경우, 내수 기반 유통업이 가장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철강, 조선 등 제조업과 항공, 관광·숙박업은 회복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정중호)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활동 정상화가 예상됨에 따라 유통업 등 내수·서비스 산업 회복이 우선되는 반면 제조업과 항공업 등은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는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망을 중심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세계적 전염병으로 대유행하면서 내수·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철강·조선 등 제조업 부문 업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빠르면 5월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를 기대할 수 있고, 주요국보다 빠른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방역실패로 확진자가 재차 증가할 경우 비슷한 격리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의 복귀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국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경우 정부 소비진작책과 억압수요(pent-up demand) 회복 등으로 내수비중이 높은 유통 등 서비스업 회복이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홈코노미와 언택트 소비 문화가 새로운 구매 패턴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산업도 비대면 교육 서비스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에듀테크 시장의 중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업 등 제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생산차질과 선박 발주 심리 위축 등으로 업황부진이 심화되고 있으며, 철강산업도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급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로 완만한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과 관광·숙박업은 코로나 팬데믹 심화로 글로벌 이동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업황 정상화가 4분기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정부지원 확대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 등이 주요변수지만, M&A 등을 통한 저비용항공사(LCC) 대형화 등 구조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관광·숙박업은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로컬 관광업자 폐업 등으로 인프라 재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 화학업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세계적으로 사태가 안정된 이후에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정유업의 경우 화학업에 비해 재무 안정성이 허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황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는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망을 중심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주요국 공장의 연쇄 셧다운으로 부품공급 중단, 생산차질이 빈번해 짐에 따라 적시공급 시스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다만 재고와 주요산업 부품·소재 공급선 다변화로 위험을 분산할 유인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망도 인적·물적 이동 제한 장기화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대형업체 위주로 사업재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준 산업분석팀장은 “적시공급(JIT) 시스템에 대한 재고와 공급선 다변화 등은 기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면서 “항공산업의 경우 저비용항공(LCC)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악화와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