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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운 포항가속기연구소 연구원.

자연과학과 기술은 인류가 만든 많은 지식 결과물 가운데 우리 일상의 삶을 더 편하고 안락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휴대폰, 인터넷, 가전제품, 약품 등 필요한 모든 것은 결국 자연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만들게 된다. 이런 모든 지식은 결국 공과대학 안에 녹아 있다.

30여 년 전 포항공대 설립 초기에 대학은 연구기관이기보다 후학 양성기관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으로 연구 중심 대학교를 표방한 포항공대는 현재 대한민국의 공대가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이끄는 대장선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고 있다.

포항공대가 지금과 같은 명문대학으로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 바로 '방사광가속기'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고 휨자석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X선을 이용해 연구를 수행하는 기초과학의 전초기지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하는 밝은 X선은 새로운 물질과 우리가 모르고 있던 단백질 구조를 알게 해 줬고, 인류 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방사광가속기의 많은 성과를 바탕으로 포항공대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문대학이 될 수 있었다. 불과 30여년 만에 포항공대가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방사광가속기의 성공 운영과 정부 및 포스코의 지원으로 뒷받침된 연구진·기술진 유치가 있다.

공대 위상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국내 사례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스탠퍼드대 등 다수의 미국 명문대학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거나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해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방사광가속기 건설과 성공 운영에 공대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 숙련된 대학원생 1명의 역할은 사실 정규직원 1명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도 포항공대의 많은 대학원생이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각자 담당 연구원과 함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와 공대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함께 묶여야 한다. 공대와 방사광가속기는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옛 포항제철이 포항공대를 세운 것과 같이 전남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교육부 인가가 나오면 설립 절차를 본격 시작할 것이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지원으로 설립되고 있다.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의결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에도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 대학이 포항공대같이 세계 명문대학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을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가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유치를 공모했다.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성공리에 추진되면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이번에 신규 구축되는 방사광가속기가 한전공대와 연계된다면 한전공대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뿐만 아니라 한전공대의 교원 및 대학원생들의 적극 협력 속에서 방사광가속기의 운영 역시 성공리에 이뤄질 것이다. 한전공대가 세계 명문 사립대학으로 성장해서 영남의 명문 사립공대 포항공대와 호남의 명문 사립공대 한전공대가 지금의 '포카전'과 같이 열띤 대회를 열고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두 대학이 상호 경쟁하고 협력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박용운 포항가속기연구소 연구원·포항공대 첨단원자력 공학부 겸직교수 young1@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