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오는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순차 실시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개학 연기도 어려워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을 택했지만 선언성 의미만 남을 뿐 실제 정상 학습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직전에 개강한 대학의 원격수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운영 서버는 수시로 다운되고 학생 출결은 점검되지 않으며, 자료 1~2장만 올려놓은 수업도 있다.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원격수업은 그동안의 교실 모습이 사회에 공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미래교육 실현이라는 목표가 어디에 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네트워크를 안정 운영할 수 있는 학습 플랫폼, 온라인 수업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 인터넷 수업에 필요한 저작 도구, 출결 등을 점검할 수 있는 사이버 운영 기술 및 솔루션은 이미 다양하게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당장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경험과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솔루션의 학교 현장 도입을 차일피일 미뤄 온 결과다.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 최강국을 자랑하는 데도 국내 교육 IT 인프라 및 활용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29~31위 수준으로 최하위다. 최선두를 달리던 이러닝 지수도 20위권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오히려 이러닝 지수 하위이던 일본이 우리를 추월해 가고 있다. 에듀넷, 사이버가정학습, 디지털교과서, 실감형콘텐츠 등 대규모 비용을 지불해 온 중앙집중식 이러닝 사업이 이번 국면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판단해 볼 일이다. 우리의 교육 방식이 여전히 획일화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에 학원과 같은 민간 교육기관이 발 빠르게 많은 강좌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원격학습이라는 것은 인프라 기술만 갖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면대면 학습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원격수업이 최소한의 학습 의미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원격수업을 교실에서 수업하는 식으로 하면 학생의 수업 참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은 스스로 선택한 범위나 수준에서 학습한 뒤 그 결과를 제출하고, 교사는 이것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과 같은 수업 운영은 많은 원격교육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갖춰져야 한다. 교육 과정이나 학습 과정에 대한 교사의 재량은 이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을 이야기한 지 25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표준교육과정에 따른 심의를 하고, 그에 따라 심의된 디지털콘텐츠만을 학습 과정에 쓰겠다는 국정교과서 같은 생각으로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교육기관에서 직접 제공된 콘텐츠나 프로그램만 사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범위까지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나 프로그램, 솔루션은 많다. 교육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되면서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는 민간 교육기관에서 주로 사용되거나 몇년 전부터 해외 교육기관으로 수출되고 있다.
교육청과 지방정부는 학교와 교사가 교실수업과 원격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 구매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정부의 기존 이러닝 사업 예산을 조정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교사바우처 같은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교육부나 교육기관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서 일률 배포하거나 엄격한 심의를 하겠다는 기존 방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은 물론 코로나19 사태 같은 상황 대처도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대면한 현실은 물리 형태의 준비가 아니라 생각의 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상황 대비책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준비·점검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지를 깨닫고 실천 지침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초·중·고교 개학에 대한 결정은 내려졌다. 이 결정과 실행은 어쩔 수 없이 사회 리스크를 안고 갈 것이다. 위기 관리에 임하는 교육 당국자에 응원을 보낸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 khlee@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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