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21조원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는 전년보다 2.4% 줄었지만 사교육비 증가율은 7.8%(1조5000억원)로 2007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육목적의 초등학생 사교육과 입시 대비 사교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돌봄서비스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 대입제도 간소화 등을 내놨다.
교육부는 통계청과 공동으로 전국 초중고 3002개교 학부모 8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 만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원으로 전년대비 10.4% 증가했다.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 역시 역대 최고다.
총액 기준으로는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늘었다. 초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9조 6000억원으로 전년 8조 6000억원보다 11.8% 증가했다. 중학생은 5.2%, 고등학생은 4.2% 증가한 데 그쳤다. 초등학생 예체능 및 취미 관련 사교육이 크게 늘어난데다 보육(돌봄)을 위한 사교육비도 꾸준히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예체능 사교육은 전체 초등학교 사교육의 41%를 차지한다. 중·고등학생은 학생 수가 줄었지만 초등학생 수는 271만1000명에서 274만7000명으로 1.3% 늘어난 것도 총액이 증가한 이유다.
1인당 사교육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고등학교다. 초등학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원으로 전년 대비 10.3%, 중학교는 33만8000원으로 8.4%, 고등학교는 36만5000원으로13.6% 각각 늘었다. 잦은 대입제도 개편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고등학생 사교육은 영어나 수학 등 일반교과에서 늘었다. 고등학교 1인당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8만 7000원에서 9만 9000원으로, 1년동안 13.8%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등학교는 11.4%, 중학교는 8%가 늘었다. 1인당 수학 사교육비로는 고등학교가 전년대비 11%, 중학교 7.5%, 초등학교가 11.1% 증가했다.
매년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갱신하자 정부는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늘어난데 대해 온종일 돌봄체계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 AI를 활용해 사교육 없이도 충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가 필요할 때 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온라인 통합 신청시스템을 구축하고 돌봄 프로그램도 체험 중심으로 내실화한다. 올해 목표치는 40만8000명이지만 실제로는 42만5000명이 돌봄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 사교육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경감을 위해 영어교육을 내실화한다. 초등학생 대상 AI 활용 영어 연습시스템을 구축해 다음달부터 시범운영한다.
원어민 수준의 말하기 연습기회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학교 입학 전에 활용가능한 6학년 겨울방학 영어 프로그램도 연말에 개발한다.
과목 특성상 보충학습 수요가 많은 수학은 온라인으로 쉽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학습자료 제공사이트 EBS매스와 애스크매스(Ask Math)를 활성화한다.
AI활용 초등수학 수업 지원시스템도 연내 구축해 학생별 학습 결손을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예체능 및 취미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내실화 등으로 1학생 1스포츠 활동 참여를 활성화한다. 예술과 체육계열 진학을 위한 심화교육과정운영도 지원한다.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 현장 안착에도 주력한다.
이같은 정부 대책에 매년 실효성 없는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교원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물가상승 거의 없고 학생수가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매년 폭증하고 있다”면서 “돌봄과 방과후 활동강화 등 수년 째 기존 방안만 되풀이 하고 고교체제 대입제도 개편 등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수 감소를 개별 맞춤교육 및 공교육 정상화 전환점으로 삼고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목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단위 : 만원, %) 자료=교육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