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4>공유경제의 시작은 상생이다

Photo Image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일병 타다금지법) 개정안이 공유경제의 장애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공유경제의 적이 규제만은 아니다. 공유경제의 바람을 타고 이익을 독점한다는 우려가 '나'를 보호하려는 생존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상생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Photo Image

원격강의 시행으로 생기는 등록금 차액을 환불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친다. 학생들 주장의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가뜩이나 운영이 어려운 대학도 진퇴양난 처지에 놓였다. 강의 콘텐츠를 저장하기 위한 엄청난 양의 스토리지도 구축해야 하고, 통신 폭주에 대비해 고속 통신망도 증설해야 한다. 온라인강의 저작 도구도 필요하고, 강의 녹화를 위한 기자재도 구입해야 한다. 천문학 규모의 예산도 고민이지만 교육부를 바라보는 건 맑은 하늘에서 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격이다. 시스템을 겨우 갖춰도 온라인 교육에 익숙지 않은 교수에게 교육의 효율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혁신이 답이다. 온라인강의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병렬 개설 강좌는 한 개의 콘텐츠로 통일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 온라인강의를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강좌 수가 줄어들면 교수진은 현장교육·연구·학생지도 등 본연의 교육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교실 강의가 주요 교육 방식인 대학교육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보다 잘하는 강의에 대한 막연한 질투와 내 강좌 소멸 위협 등 우려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면 가능하다.

Photo Image

온라인강의는 강의 자료를 사이버 공간에 게재하고 숙제를 내는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하지만 강의실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인터넷 자료와 편집 도구를 활용한 효율성 제고, 시공간을 초월한 학습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녹화된 콘텐츠를 쪽강의 형태로 편집해 재사용도 가능하다. 아직 강사의 기교가 서툴러서 투박한 온라인강의 방식을 불평하고 있지만 금방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인 인간 중심의 가르침을 위해 오프라인 교육도 포기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온·오프라인 강의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귀결될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시작에 만족하지 않는 이해와 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원격예배도 다르지 않다. 오프라인 설교를 단순히 온라인으로 제공하기보다는 인터넷 특성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제고해야 한다. 동일한 설교를 여러 번 녹화하는 현재 방식에 집착하거나 설교 공유로 내 교인을 빼앗길까 하는 고민보다 제자 훈련을 통한 실속 종교를 추구할 때다. 인터넷에서만 모이는 온라인교회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Photo Image

교통공유와 원격의료가 거부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공유경제 도입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글, 네이버, 우버, 에어비앤비 등 정보통신 기반의 유니콘 기업 탄생과 그들의 돈벌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공유경제 확산을 위해 다양한 이해집단이 상생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운수업과 이익을 공유하고, 대형병원은 플랫폼 운영과 운영에 치중하고, 원격의료를 이용한 환자 관리는 소규모 병원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으로 상생의 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살아난 공유경제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나'의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우리'가 만드는 상생의 미래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