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 11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새해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2개월여만이다. 추경 마련에 10조3000억원의 '적자 국채'가 발행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달 24일로, 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불과 열흘이 걸렸다.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세 차례였다.
이번 추경은 세출 예산 8조5000억원 가운데 방역 체계 보강에 배정된 2조3000억원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고용안정 3조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2조4000억원 △침체된 지역경제·상권 살리기 8000억원 등 6조2000억원이 전부 내수 살리기에 쓰인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면서 한은 잉여금 7000억원 전액과 기금여유자금 등 7000억원을 활용한 뒤 나머지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이 규모는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서는 한편 국가채무비율은 41.2%에 이르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0년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1조5000억원이었으나 이번 추경안으로 적자 규모가 10조5000억원 늘면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종전 3.5%에서 4.1%로 확대된다.
이런 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 이후 최대다.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이번 추경안으로 2020년 예산 기준 805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까지 올라간다.
재정 당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를 마지노선으로 봐왔는데 이를 넘어서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0% 이내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이기도 하다.
정부는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문제, 피해극복 지원 문제, 경기를 최소한은 떠받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추가 적자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재정 건전성이 이번에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극복 대책에 세수 감소 효과가 1조7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조세 감면 대책이 포함된 데다, 경기 침체로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까지 주요 3대 세목의 실적이 예산상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정부가 1차로 방역 대응, 소상공인 정책금융 신규 공급, 저가항공사(LCC) 대상 운영자금 융자 등에 약 4조원을 투입하고 지난달 28일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16조원 규모의 2차 대책을 내놓은 것까지 합치면 전체 대책의 지원 규모는 총 31조6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코로나19 진행 경과를 보면서 필요할 경우 4, 5차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