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공모전 '아이디어 도용'…보호체계·기준 구체화 보강해야

부정경쟁방지법 저촉되지만
시정.권고 수준 '솜방망이 처벌'?
업계 "낙선 자료 반환 명시 등
규정 구체화해 실효성 높여야"

최근 스타트업 챌린지 공모전이 전국 단위로 대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관사의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는 불만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아이디어 탈취' 행위도 부정경쟁으로 간주되긴 했으나 처벌이 시정·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모전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개선, 스타트업 보호장치 보강 등의 논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공모전 진행 이후 자료 처분이나 반환에 대한 규정도 보다 구체화가 필요하다.

3일 특허청, 대중소협력재단 등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 챌린지 공모전에 참가한 이후 아이디어 도용·기술 탈취된 사례 신고가 수십건에 달한다. 기존에는 주로 기업이나 민간협회에서 추진하던 공모전이 '아이디어 먹튀' 사례로 지적받았으나 최근에는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기관 행사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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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2년전 대기업이 실시한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했으나 당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 기업의 계열사에서 본인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제품이 신제품으로 출시됐다고 주장했다.

B씨의 경우 '도전! K-스타트업2016,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스타'라는 공모전에 참가했으나 수상하진 못했다. 하지만 혁신센터 전담대기업이 3년 뒤 동일 서비스를 출시했다.

두 사례 모두 법적 대응이 준비 중이다.

지자체 공모전의 경우에는 그 아이디어가 담당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둔갑하는 사례가 있다. 공모전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실 공모전에 낸 사업 아이템을 조금 수정해서 써먹어도 이에 맞대응할 방법이 딱히 없다”며 “수상작도 발표일로 부터 2년 혹은 3동안 관련 참고·활용할 수 있다는 애매한 조항을 다는 등 주관사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전에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참가자들은 아이디어 도용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몇년전 모 대기업계열 호텔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했지만 수상작을 한 작품도 선정하지 않았다. 한 방송사에서는 1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대국민 프로그램 아이디어 공모'를 했다가 1차 심사를 통과한 기획안이 없다며 최종 심사를 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만족할만한 작품이 없을 경우 1등은 선정하지 않더라도 2, 3등이라도 뽑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아무도 뽑지 않아 '아이디어 먹튀'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사례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을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도용할 경우 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특허청장이나 지자체장이 시정·권고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관사가 시정하지 않아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당선되지 않는 건에 대한 자료 반환 문제도 논란이다. 지난해 C사는 대기업 스타트업 공모전에서 탈락 후 자료 반환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1년간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아이디어의 권리귀속에 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파생된 지식재산권 귀속 규정 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민주 경청 변호사는 “부정경쟁행위 유형 대부분은 시정권고 불이행시 추가적인 제재로서 형사고소·고발이 가능한 데 반해, 아이디어 탈취행위는 벌칙규정에서 제외돼 있어 형사고소가 불가능하다”며 “도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아이디어 탈취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을 추가로 논의하고 적극적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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