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한다고 부연했다. 지역구 선거를 포기함으로써 야권연대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 “통합도 연대도 없다”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이날 전격적으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통합당과의 연대를 우회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통합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기로 한 대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상태다.
안 대표는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께선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야권 후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통합당 후보에 투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래지향적 정당'은 국민의당을 뜻한다.
결국 두 당의 의석수를 극대화해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성사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안 대표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지역구 포기에 대해 “어제 밤새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비례대표 목표 의석과 관련해선 “다른 정당의 진용이 확정됐을 때 말씀드리겠다. 3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비례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 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현실정치에 복귀하면서 이루려했던 두 가지 목표, 즉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실용 정치·중도정치를 뿌리내리겠다는 포부라고 부연했다.
당내 측근 의원들에겐 “부담 가지지 말고 스스로의 정치 진로를 결정하시라”고 당부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김중로·이동섭·임재훈 의원과 원외 인사들은 통합당에 입당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도 통합당 입당을 고민 중이다.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광주광산을)과 비례대표 이태규 의원만 이날 기자회견에 동행했다.
이태규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지역구 후보를 내도 야권 연대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논란의 싹을 잘라야 당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은희 의원도 “저는 지역 주민과 직접 소통해 선택을 받겠다고 했고, 이와 관련해서는 변화가 없다”며 “저와 이태규 의원 등 현직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한 중요 선거 전략과 관련해 큰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이날 발표로 통합당의 정권심판을 위한 '중도·보수 대통합' 구상도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는 1석도 얻지 못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