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벤처기업 스케일업이 벤처 생태계를 넘어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인 저성장·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 벤처기업군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잘 성장하도록 하는 스케일업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성장하면 국내총생산(GDP)가 늘고 일자리도 많이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창업기업 숫자에 연연한 정책은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못지않게 스케일업 육성을 위한 균형잡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좀 살만한 벤처들은 알아서 잘해라'며 손 놓고 방관해선 안된다”며 “기업 성장 단계별로 정부의 역할이 촘촘히 세분화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케일업 지원책으로 △차등의결권 도입 △스톡옵션 비과세 1억원까지 확대 △유연근로제 확대 도입 △투자촉진을 위한 세제혜택 부여 △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사업손실준비금 제도 부활 등을 제안했다.

또 '벤처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규제 개혁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최근 신산업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 간 법적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법적으로 해결하려 들면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크다”며 “사회적 비용이 10배 이상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입법부 모두가 보다 적극 나서서 사회적 합의도출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Photo Image

대담=김승규 벤처유통부장

-벤처기업협회가 1995년 설립 이래 올해 25년째를 맞이했다. 이제 청년기를 넘어 중장년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중장기적으로 협회의 발전계획이 있는가.

▲협회는 창립 이래 코스닥 시장 개설을 주도하고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을 제언하는 등 벤처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좋은 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7년 말에는 세계 2위 혁신 벤처생태계 국가 실현을 위한 '혁신 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수년 내로 벤처생태계를 고도화해 혁신 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등 국가발전 원동력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협회 목표다. 협회도 벤처기업들과 함께 크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20년전 벤처 붐이 일었을 때와 지금의 스타트업 열풍 분위기는 좀 달라보인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제1 벤처붐은 1997년 세계 최초로 벤처기업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혁신기업 자본조달을 담당하는 코스닥 시장이 설립되면서 벤처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병역특례나 스톡옵션 등 제도에 힘입어 대기업이나 연구소 출신 우수인력이 대거 벤처기업에 투신했고 혁신기술에 바탕을 둔 제조 분야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반면 벤처금융의 투기 시장화와 사이비 벤처 등장, 도덕적 해이 등으로 반벤처 정서와 사회적 갈등이 팽배해지면서 코스닥과 코스피 합병, 벤처인증제 보수화, 스톡옵션제도 보수화, 기술거래소 통폐합 등 벤처 규제정책이 도입되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벤처 빙하기가 도래했다.

최근 벤처 열풍은 과거와 비교하면 '준비된 벤처붐'이라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 건전화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장치들이 도입되었고 벤처투자도 양적으로 확대됐다. 또 플랫폼 등의 쉬운 창업이 증가하면서 창업문턱과 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또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창업이 가능해졌다.

반면 벤처업계가 진정한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케일업 육성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활성화, 기업가정신 회복, 우수인재 유입 등 아직 산적한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벤처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규제가 해결되어야 창업도 활발히 일어나고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기부가 벤처기업특별법 시행령 마련 시 민간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했다. 맏형격인 벤처기업협회에서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

▲무늬만 민간 이관이 아닌 완전한 민간 이관 추진을 통해 자생력 확보 계기를 마련하겠다. 벤특법 개정을 통해 벤처확인제도가 민간으로 이관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벤특법 제3기가 만료되는 2027년 이후에는 온전히 민간 중심의 자생력을 가지고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민간의 소프트 랜딩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기존의 보증, 대출 시스템과 달리 새로운 벤처확인제도를 통해 혁신성, 성장성, 시장성이 검증된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자금 지원, R&D 등 스케일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시행령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Photo Image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벤처확인제도 개편시 민간확인위원회와 평가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민간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벤처다운 벤처'를 선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선 민간이양으로 인한 관대화 경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확인위원회는 자체적으로 공정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평가기관도 마찬가지로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벤처선별이 가능하도록 제도 및 운영에 대한 기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위원회와 평가기관이 기존 공공기반의 형식적이고 정량적인 평가방식을 지양하고 질적인 선별방식 도입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벤처다운 벤처'를 선별한 후에는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벤처확인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평가기관이 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관 차원의 사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

-벤처기업 주요 회수시장인 코스닥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코스닥 시장 개편 등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

▲코스닥은 1996년 모험기업 자본조달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당시 휴맥스, 한컴, 안랩, 비트컴퓨터 등 우량 벤처기업들이 대거 상장했고 2000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이은 세계 2위 벤처금융 시장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닷컴버블 붕괴 여파로 정부가 벤처건전화 대책을 실시하고 한국거래소와 통합한 이후 보수화되고 현재까지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해 벤처기업 자본조달 및 회수시장 고유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또 적자기업 승인 등 재무요건을 최소화하고 기술성과 성장성 위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나스닥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등 혁신적인 IT벤처기업 성장에 힘입어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혁신 IT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수혈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 중심의 차별화된 시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2022년까지 20개 유니콘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30개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 등을 고려했을때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현재 추이를 봤을 때 실현 가능성은 높으나 신산업분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규제 개혁과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또 스타트업뿐 아니라 스케일업 지원정책을 통해 실질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벤처천억기업 수를 확대하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Photo Image

-총선에 맞춰 벤처업계의 주요 공약 20선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협회는 지난 6일 벤처분야 총선공약 제안으로 5대 선결과제와 15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규제혁신 가속화 △스케일업 활성화 △벤처투자의 질적성장으로 우리 경제 혁신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핵심목표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산업 전반에 걸친 복잡한 규제환경과 규제문제 해결의 구조적 한계성으로 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본연의 역동성을 급격히 상실 중이다. 각 부처에 분산된 규제개혁 조정기능을 국무조정실 및 중기부로 일원화하고 타 부처와의 협의·조정에 적극적인 주체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혁신 벤처기업군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집중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모태펀드 추경편성 등에 힘입어 벤처투자액 4조3000억원 기록했다. 앞으로는 벤처 자금생태계 내에 혁신 투자수단의 다양성 및 유연성을 확보해 질적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및 제조벤처 전용의 중기부 모태펀드 신설,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GVC) 설립 및 지분보유 허용, 민간출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및 출자규제 개선 등을 제안한다.

최근 각 정당에 이같은 내용의 벤처 분야 총선공약 제안집을 전달하고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으로도 민간의 일선에서 현장 목소리를 모아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지자체 벤처정책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스타트업 등 신산업이 속속 탄생하면서 소상공인과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을 재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창업기업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유연한 접근과 진흥적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만 있었지 실질적으로 나서질 않았다. 합의안을 들고 나오라며 뒤로 물러나 있었던 측면이 있다. 사회적 합의도출과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업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업가정신은 창업단계에서 도전과 문제해결 의식을 고취하고 성공기업인이 엑싯(Exit)한 이후 후배 기업인 육성을 위한 투자 등 연속기업가의 선순환 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업인은 더욱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전통산업에서 구분된 영역을 과감히 파괴하고 도전하는 적극적인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기업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비롯해 기업가정신 확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Photo Image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안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벤처 1세대다. 2017년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경북대 정밀기계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기술총괄본부 선임연구원, 럭스텍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역임했다. 2001년 크루셜텍을 창업해 중견 벤처기업으로 키워냈다. 크루셜텍은 모바일 광마우스인 옵티컬트랙패드와 스마트폰 지문인식장치인 바이오메트릭 트랙패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한 업체다. 2015년 제50회 발명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스마트폰 외장재 사출업체 삼우엠스와 지문인식 결제시스템 개발업체 바이오페이, 직접회로(IC)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캔버스바이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10여개의 스타트업을 만들어 벤처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