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잉크젯 프린팅 장비업체 카티바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스타트업 전문매체 크런치베이스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카티바는 감원 계획을 미 당국(캘리포니아 고용개발국)에 제출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총 규모는 144명이며, 엔지니어부터 대표(Pesident), 최고마케팅책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임원들도 대상에 올랐다. 한국법인 역시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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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뉴어크에 본사를 둔 카티바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핵심 장비 업체로 유명한 곳이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박막봉지(TFE) 장비 분야 선두로 꼽힌다.

TFE 장비는 플렉시블 OLED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설비다.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유기물을 보호하기 위해 나노미터(㎚) 수준의 얇은 막을 여러 층 형성하는 봉지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두께가 균일하고 수분과 산소 투과성이 낮으면서 동시에 빛 투과율이 높아야 한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카티바 장비를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고 있다.

카티바가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수주에 고배를 마신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중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에 사용할 잉크젯 프린팅 장비 전량을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카티바와 세메스 장비를 검토했지만 QD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 내재화와 효율적 공급망관리(SCM),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해 세메스 장비를 최종 낙점했다.

당초 업계는 세메스보다 카티바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티바가 수년 전부터 QD 장비 개발에 투자했고, 삼성디스플레이에 6세대 유기 TFE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가 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들인 신규 장비 수주에 고배를 마시면서 자금 사정 등 경영이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재무 사정이 좋지 않아 삼성 QD 장비 수주에도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은 카티바에 투자한 바 있다. 플렉시블 OLED를 본격 양산하려던 2014년 삼성벤처투자를 통해서다. 협력 관계가 공고했지만 카티바는 이제 그 자리를 세메스에 넘겨주게 됐다.

세메스는 지난해 불거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장비 국산화의 최전방에 서고 있다. 디스플레이용 QD 장비뿐만 아니라 차세대 낸드 플래시 에칭 장비도 공급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카티바는 중국 OLED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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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사진=삼성디스플레이)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