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순익 7위·RBC 비율 1위
시장 가격 3조원대 상승 가능성
KDB생명, 네 번째 매각 도전
이동걸 산은 회장 의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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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보험회사 매물이 연달아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초우량 보험회사 중 하나인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합병(M&A) 물건으로 등장했다. KDB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도 진행 중이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하락하는 데다 저출산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면서 한국 보험산업 장래도 밝지 않다. 향후 보험산업 재편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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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매물로…KDB생명 네 번째 매각 시도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의 푸르덴셜생명과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선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KB금융지주,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퀴티(IMM PE) 등 네 곳이 적격예비인수후보로 선정됐다. 실사 및 경영진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3월 중순 본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자회사인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100% 출자해 1989년 한국에 설립한 회사다. 상위 보험사는 아니지만 초우량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기준 자산 규모는 24개 생명보험사 중 11위에 해당하지만 순이익은 업계 7위였다. 특히 지급여력(RBC) 비율은 515%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다. RBC 비율이 515%라는 것은 고객이 보험금을 100만원 청구하면 보험사가 515만원까지 내줄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이전에 매물로 나왔던 고금리확정형상품 기반 생명보험사와 달리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위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고금리확정형상품의 경우 저금리 기조로 운용 수익이 줄어 역마진 가능성이 크지만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해지환급금 액수 등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상위권 보험사라는 점도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등이 매력적인 매물로 꼽는 이유다. 업계 6위 동양생명이 잠재적 매물 후보로 거론되지만 여전히 매각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 따라서 비금융 분야 경쟁력을 높이려는 금융지주들이 초우량 회사인 푸르덴셜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제 KB금융지주의 경우 비금융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참여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에 KB생명이 있지만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업계 5위 생명보험사로 도약할 수 있다. 게다가 신한금융지주에 뺏겼던 리딩뱅크 자리도 탈환이 가능하다. 사모펀드도 유력한 후보다. MBK파트너스가 과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후 신한금융지주에 되파는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챙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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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도 현재 진행형이다. KDB생명은 자산규모 업계 13위 보험사로, 지난해 11월 기준 순이익은 12위를 기록했다.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RBC 비율을 225.5%로 끌어 올렸다.

KDB생명의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예비입찰을 실시했지만 아직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매각 의지가 확고해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면서 KDB생명 매각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업계에서는 초우량 기업인 푸르덴셜생명이 M&A 시장에 나오면서 인수가 확정된 뒤 절차가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동양생명, ABL 등도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의 모기업인 중국 안방보험이 중국 정부에 의해 사실상 해체돼 정부가 위탁경영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중에는 더케이손해보험이 매각 작업을, MG손해보험 등도 잠재적 매물로 언급되고 있다.

◇관건은 가격…향후 생명보험사 금융지주 재편 가능성도

관건은 가격이다.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은 2조원대로 점쳐진다. 다만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들인 돈이 잔여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금까지 합쳐 3조원을 상회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은 동일한 수준까지 상승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가 투자안내서(IM)를 통해 매각가로 3조2000억원을 제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내부적으로 '오버페이는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KDB생명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최대 목표다. 앞서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들어간 투자금액 등을 고려해 6000억원 이상 매각가를 기대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1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두 곳이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보험업계 구조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빅3' 생명보험사의 총자산은 삼성생명 281조원, 한화생명 121조원, 교보생명 107조원을 기록했다. 이어 NH농협생명(64조원), 미래에셋생명(36조원), 동양생명(33조원), 신한생명(33조원), 오렌지라이프(33조원) 등이다. 하지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하면 단숨에 66조원 상당의 생명보험사가 탄생해 4위에 오르게 된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할 경우 30조원이 넘는 보험회사도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농협생명 외에 규모가 영세하던 지주계열 생명보험사의 위상이 커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KB금융지주의 인수 의지가 커 업계가 유력한 인수자로 점치고 있다”면서 “신한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이어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면 지주계열 생명보험사 위상이 전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