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금지법 '불명확성' 뜨거운 감자로···국회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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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매크로(macro, 자동반복수행 프로그램) 기반 정보통신 서비스 조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불명확성을 우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매크로 금지법에 대한 진단과 논의 세미나 모습.

국회가 자동반복수행 프로그램인 매크로 기반의 정보통신 서비스 조작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불명확성을 우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업계가 불명확한 법조문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억압과 사업자 부담 가중을 경계한 가운데 담당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도 불명확성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관련 논의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 간사가 협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매크로 금지법)의 명확성 확보가 중점 논의됐다.

매크로는 명령어를 반복해서 자주 사용할 때 이를 편리하게 해 주는 프로그래밍 기술이다. 명령어 하나로 반복 작업을 자동 수행할 수 있다. 기술과 프로그램 구성이 간단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생, 직장인도 매크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광고나 홍보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역기능도 적지 않다. 게임 불법 프로그램과 티켓 예매, 수강 신청 등에 편법으로 사용되거나 댓글 공작 등에 악용되기도 한다. 드루킹 사건 이후 여론 조작을 통해 인터넷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에 따라 금지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실검법(실시간급상승검색어 조작방지법)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3조의2 1항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화해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 서비스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와 2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박성중 위원(자유한국당)은 “법은 명쾌한 해석이 필요한데 '부당한 이득(목적)'은 범위가 굉장히 넓다”면서 “우회적이고 추상적 표현으로 남기지 말고 명쾌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의 발언은 명확한 법안을 통해 불법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인터넷업계의 목적과 다르다. 그러나 모호한 문구로 인한 자의적 해석과 국가 형벌권 남용, 법의 실효성을 우려했다는 점은 같다.

박대출 위원(자유한국당) 역시 “'부당한 이득'은 너무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서비스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 역시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소위 위원들은 부당한 목적에 대해 '악의적으로 여론을 왜곡해서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 등 구체적 설명을 포함한 문구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서비스 조작에 대해서도 '게시판에 부호·문자·음성 등 정보를 반복 게재·입력하거나 게시판에 게재된 정보의 조회 수, 추천 수 또는 실시간 검색 순위를 변경·조작하는 행위'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에도 법안은 더 이상 조정되지 않은 채 소위에 계류됐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공산이 크다는 게 인터넷업계의 우려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29일 “소위 위원들조차도 불명확성에 우려를 나타낼 정도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면서 “여야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업계는 '서비스 조작'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매크로 사용을 기술적으로 금하기가 불가능하다며 법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지나친 모니터링으로 이용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