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디지털 법원 실현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격 도입한다. 분산된 재판사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해 권역 DB 인프라도 구축한다.
한국 재판사무·전자소송 시스템은 1999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로 인해 시스템 복잡도가 심각하고 노후화와 비표준으로 신기술 등을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
◇1차 124억원 예산 편입, 2500억 투입... 2024년 서비스 개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은 최신 ICT기술 접목을 통해 사법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일명 스마트법원 4.0 프로젝트로 불린다. 법원행정처 계획에 따르면 2024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약 250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위해 차세대전자소송 추진단을 꾸렸고 올해 본격적인 시스템 전환에 착수한다. 현재 재판사무·전자소송 시스템은 95개 시스템이 산발적으로 개발·운영되고 있다. 시스템간 수백개 호출 관계가 존재해 빈번한 장애가 발생하고 원인 해결도 어렵다.
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서버 과부하 방지를 위해 제출파일 용량을 10Mbyte로 제한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소송관계인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내 '차세대전자소송 추진단'을 설치했다.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전국 6개 고등법원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 분석, 설계에 돌입한다. 2024년 오픈 예정이다.
우선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로 전환한다. 전자소송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한다. 대용량 전자문서 빠른 유통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노후된 재판 사무시스템 구조도 모두 개선한다. 유사기능을 통합하고 단일화된 화면제공, 개별로 분리·운영되는 각종 민원포털도 통합한다. 통합인증 체계를 구축해 확장된 서비스를 실현한다. 이를 위해 법원은 스마트법원 4.0 4대전략과 13개 이행과제를 선정했다.
△사법정보 공개체계 혁신 △국민중심 시범서비스 확산 △지능형 사건관리 기반 재판사무 혁신 △디지털 법원 실현을 위한 IT구조 개편이다.
특히 복잡했던 전자소송 시 서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현재 기관방문 발급 또는 인터넷 발급 후 스캔해 제출하는 전자소송 등록 방식을 사법정보공유센터를 통해 전자적 소송서류 연계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모바일 전자소송 서비스도 상용화한다. 향후 모바일 서비스는 문서제출(소장 제출, 각종 신청서 제출, 소송비용 납부 등)과 제증명 발급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인터넷 전자소송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도록 플랫폼 고도화작업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기술 대거 채용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대법원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최첨단 미래기술을 대거 채택한다. 우선 지능형 통합 지식 검색을 통해 재판지원 서비스 툴을 전면 혁신할 계획이다. AI기술을 통해 사용자 질의 의도를 파악하고 일치하는 판결문이나 판례, 법령 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여러 시스템으로 흩어져 있는 종합법률정보, 판결문검색시스템, 코트넷 지식 광장, 열린법률지식백과 등을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통합검핵 포털로 전면 개편한다.
지능대화형 UHD서비스도 탑재한다. 시스템 사용 중 문의사항이나 에러사항에 대해 질의하면 자동으로 응답해주는 서비스다. 사법부 UHD 상담원이 했던 일을 챗봇으로 전면 전환한다.
디지털법원 실현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체계도 도입한다.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확대를 위해 전자로 제출되는 문건의 e-form 확대와 종이 문건의 스캔, OCR공정체계를 도입한다. 빅데이터로 축적한 민사 등 전자소송 관련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분산된 재판사무 DB를 통합, 전체 권역 DB데이터 조회가 가능하도록 업무지원 체계도 바뀐다.
아울러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아키텍처를 전격 도입한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전자문서 유통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법원 4.0 사업, 정쟁 도구 되지 말아야
사실 이 사업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 완성을 목표로 구성한 치적용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물론 정부 기관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법원만 디지털 소외 부처로 평가받는 등 끊임없는 개선 목소리가 높다.
정쟁 도구로 악용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전자소송 확대가 되고 있지만 국민 소송업무처리는 1990년대에 머물고 있다. 서류 준비도 많고, 관련 서류 확인을 위해 직접 방문을 해야하는 등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모바일 서비스는 조회 업무만 가능하다.
이는 법관 재판부담으로 나타나고 업무 능률 저하를 초래한다. 충실한 재판이 되기 위해서는 법관이 소송 심리에 집중하고 소송심리를 위한 자료정리, 검색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능형 사건관리 기반 재판 사무체계를 전면 혁신하고, 법원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