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생태계가 변혁의 첫해로 기록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벤처업계의 숙원이던 벤처투자촉진법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맞는 첫해다. 14일 열린 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이 같은 기대감에 고무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여건이 개선됐고, 유망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졌다. 벤처기업 인증도 민간 역할이 훨씬 넓어졌다. 말 그대로 시장 논리가 좌우하는 벤처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가장 대표적 변화가 조건부투자인수계약(SAFE)이다. 후속 투자에서 결정된 기업 가치에 따라 먼저 투자한 투자자의 지분이 결정되는 투자제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쓰인다. 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기업에 대한 신속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펀드별로 규정된 의무투자비율도 벤처캐피털(VC) 전체 합산으로 완화되면서 대규모 자금 투입 가능성도 열렸다.
창업투자회사도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창투사 자금 차입 비중에 대한 규정도 없어지는 등 각종 선진 금융 기법을 활용한 벤처투자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벤처기업 확인 유형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보증·대출 유형이 폐지되면서 민간 역할도 커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이제 벤처투자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벤처투자업계는 시장친화적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변화를 촉구해 왔다. 이 요구가 20여년의 시간을 거쳐 반영된 것이다.
이제 제도적 여건은 만들어졌다. 더 이상 제도를 탓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들었다.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시장에는 그에 합당한 책임도 따른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콰이어캐피털, IDG벤처스와 같은 실리콘밸리 대형 VC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제는 생태계 플레이어의 몫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경쟁력을 갖춘 VC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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