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계 허물고 융합 신사업 형성…데이터, 미래 산업 '젖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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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데이터 3법' 통과는 이종 산업 간 융합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다양한 파생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데이터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정보, 위치정보+제조업, 보험정보+바이오 등 미래 핵심산업의 혈액이 되어 이어준다. 혈액이 흐르면 하나의 산업이 형성된다. 핀테크와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 스마트헬스케어 등 다양한 융합 산업 고도화를 데이터 혈류가 이어주면서 새 심장을 달아준다.

대한민국이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하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융합산업 고도화를 통한 나비효과가 시작된다.

◇AI, IoT, 헬스케어 등 '데이터 낙인' 풀렸다

데이터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분야 학습·훈련의 매개체로 활용된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해 대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데이터3법 통과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닌 산업 융합을 가속화하고 미래신수종 산업을 육성하는 밑거름이 된다.

미국과 중국은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으로 국제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AI부문에서 2만6891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만5745건, 일본 1만4604건, 독일 4386건에 달한다.

헬스케어 부문에도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빅데이터와 IoT 활용을 통해 치료에서 예방으로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어서다. 핀란드는 휴대폰 산업 침체 이후 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 '핀젠'을 구축했다. 약 50만명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화했다. 이에 힘입어 핀란드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사업 선도 국가로 부상했다.

한국도 데이터 3법 통과로 데이터 수집, 축적, 해석, 환원 구조를 보유한 데이터 구동형 사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다. 제조와 모빌리티, 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해외 데이터 시장까지 넘나들 수 있는 '데이터 딜'을 할 수 있는 주체 국가로 부상할 전망이다.

단기로 금융부문 데이터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통신사나 제조사, 유통사 등 이종사업자와의 데이터 짝짓기도 급물살을 탄다. 마이데이터, 비금융 CB 등 사업을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금과 인력으로 대기업과 승부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미 데이터 법제를 마친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동등한 데이터 시장 경쟁 주체자로 참여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강국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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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 영역 해체…데이터 기반 공정 경제 기틀 마련

데이터 3법이 미치는 영향 이전에 이들 법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왜 데이터 3법 통과가 산업적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크게 3축으로 구성된다. 법안 모두 데이터 활용도는 높이면서 개인정보보호는 더욱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조치를 한 개인정보 데이터를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활용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분산된 관리·감독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중앙 행정기관인 개인정보위원회로 일원화한다. 다만 개인정보 오남용 방지를 위한 책임성도 강화된다. 데이터 활용 시 지켜야 할 안전조치 규정을 어길 땐 전체 매출액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산재된 법 체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모두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온라인상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와 감독 주체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정보위원회로 변경한다.

금융산업 혁신 마중물로 불리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 정보의 금융분야 빅데이터 분석, 이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된다. 통계 작성이나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알파고' 같은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자양분으로 AI를 고도화하면 다양한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이 촉발된다. 또 데이터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다양한 정보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공정 경제' 생태계가 구축된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세계 CEO 절반 이상이 데이터 기반 창업 기업이 기존 비즈니스 영역을 해체하고,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도 가능해진다. ICT와 금융, 바이오,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영역에 보다 정형화되고 쓸모 있는 데이터 정보가 집적되면서 혁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신료 납부 정보와 금융 정보를 융합하면 통신료를 누가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성실 납부자에게는 신용등급을 상향해주거나 금리를 인하해주는 마케팅이 가능하다. 자동차 주행 정보와 보험 정보를 결합하면 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개인을 구분, 보험료 할인 혜택 등을 줄 수 있다. 산업계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한 마케팅과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 데이터의 힘이다.

공공부문과 민간 데이터 간 융합 기반 마련도 급물살을 탄다. 향후 다른 산업 분야 정보와 신용 DB를 결합한 '융합 DB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 즉시 법령상 요건을 갖춘 데이터 전문 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민간에서 자생적인 데이터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 양성 기능을 데이터 전문기관이 수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신용정보원은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운영하며, 데이터 거래소도 설립할 예정이다.

◇본궤도 진입하는 '마이데이터'

데이터 3법 통과는 한국 핵심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촉발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정보 주체가 보다 능동·적극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는 운영 방식에 따라 정보주체인 개인에게 정보계좌를 제공하고 금전 보상에 기반한 개인 데이터 유통·활용 플랫폼이 정착됐다. 금융사간 비교·공시가 강화돼 금융산업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정보 독점과 시장 영향력 집중이 완화된다.

정보중개사업도 후방산업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은 상위 5개 마이데이터 관련 업체 연간 매출액만 65억9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인원은 1만3000여명이다.

마이데이터가 상용화되면 금융 서비스 이용 패턴도 모두 바뀐다.

가령 30대 직장인 A씨는 자신이 거래중인 금융회사에 흩어져있는 본인 금융거래 내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B씨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개별 금융사에 접근해 거래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서 한 번에 확인이 가능해지고, 고객 금융자산을 분석해 투자성향이나 연령, 저축목적 등에 맞게 금융상품을 추천해준다. 개인신용정보 이동권도 발생한다. 정보 주체가 본인 개인신용정보를 보유한 기관으로 하여금 본인정보를 제3자에게 이동시킬 수 있는 권리다. 개인신용정보 이동권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 개인신용평가 개선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세금, 사회보험료 납부 정보 등도 이제 CB사나 금융사가 손쉽게 이용해 신용평점이나 대출금리 조정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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