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박재훈 영남이공대 총장 “NCSI 7년 연속 1위…학생 글로벌 역량 강화에 주력”

영남이공대학교는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 국가고객만족도(NCSI)에서 전문대학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이후 7년 연속 1위를 달성, 국내 대표 전문대학이라는 입지를 굳혔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에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선정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유일하고, 전국에서도 8년 연속 선정은 단 세 곳뿐이다. 박재훈 총장을 만나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전문대학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남이공대의 성장비결과 비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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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훈 영남이공대학교 총장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과거엔 전문대학이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해온 것에 비해 평가는 박했다. 직업교육이 학문교육보다 수준이 낮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젠 학력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전문대학뿐 아니라 4년제 대학 졸업자는 모두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고, 각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졸업자 90% 이상이 취업하고, 그런 학생을 가르치고 배출하는 전문대학이 낮은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융합적이고 고도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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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공대 전경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전문대학 혁신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소기업 채용 수요를 반영해 고등교육체계 전반을 개선한다는 내용의 전문대학 혁신방안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성인 직업교육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교육정책 변화가 필요했었다.

전공심화과정 입학정원 상한 기준 완화, 직업계고와 전문대 간 인공지능(AI)계약학과 도입, 전문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등 혁신방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부족한 신산업 분야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론이라고 본다. 이번 혁신방안으로 우리나라 직업교육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CSI 전문대학부문 7년 연속 선정 비결은.

▲국내 21개 전문대학 재학생 645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우리 대학은 독보적으로 80점을 획득해 7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우리 대학이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NCSI 1위는 가장 자랑스러운 타이틀이다. 하지만 어느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야기한다면 '학생 존중'과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모든 학교정책을 수행한 결과다. 대학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육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만든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이 믿고 따라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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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공대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NCSI 1위 기록을 세웠다. 박재훈 영남이공대 총장(왼쪽)이 NCSI 1위 인증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NCSI 1위 성과를 이끈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우리학교가 혁신과제로 시작한 것이 '와이파이브 인증제'이다. 교육혁신, 학생역량혁신, 산·학협력혁신, 대학체계혁신, 글로벌혁신 등 5개 분야 인증이다. 학교 스스로 5개 인증제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면 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학생역량혁신 인증의 경우 학생들이 전공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을 따면 이를 점수화해 인증을 준다. 학생들이 인증에 대해 높은 신뢰감을 갖고 있고, 인증을 받은 학생의 자부심도 강하다. NCSI 1위 결과는 우리 대학이 프로그램을 제시했을 때 학생들이 믿어주고 따라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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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공대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

-영남이공대는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신임교원이 오면 연수 때 꼭 하는 얘기가 있다. 교수는 본인 철학을 갖고 학생과 만나고, 퇴직할 때까지 초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선생은 학생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총장이 되고난 뒤 학생을 직접 볼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미팅 위크'다.

총장과 교수,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점심 도시락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총장이 좀 젊다는 것도 장점이다.(웃음)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궁금증이나 건의사항을 솔직하고 편하게 이야기한다.

미팅 위크는 참여학생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진 우리 학교의 대표 소통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신입생과 재학생 위주로 했지만 올해는 복학생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교수들도 학생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소통을 많이 한다. 소통은 우리 대학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다.

-WCC 8년 연속 선정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앞으로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1년 당시 학생 수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전문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지역기반이라서 전문대학이 무너지면 중소도시 경제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어려울 때를 대비해 우리나라에서 경쟁력 있다고 인정하는 몇 개 전문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 WCC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 대학의 많은 부분을 평가하고 있다. 영남이공대는 첫해에 선정돼 지금까지 WCC 타이틀을 갖고 있다. 우리 대학이 전문대학 교육을 가장 잘 시키는 대학이라는 것을 인증 받은 것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정부 및 지자체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받은 재정은 어디에 투자하는가.

▲대학은 재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순수 교육에 투자할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재정지원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쓴다. 영남이공대는 K-MOVE스쿨연구과정, 일학습병행제,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LINC+)육성사업, 전문대학 글로벌현장학습 등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간 지원받는 예산이 100억원에 달한다.

우리 대학은 재정 상당부분을 학생 역량을 높이는 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하고 있다. 건물을 짓거나 기자재 구입에 투입하는 비중은 적다. 지원받은 재정을 학생 '머리'와 '가슴'과 '손'에 투자한다는 것이 우리 대학의 기조다.

대학 입장에서 볼 때 졸업하게 될 학생에게 투자하면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결국 학교가 명문이 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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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훈 영남이공대 총장(왼쪽에서 세번째)과 학생들이 미팅 위트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

-졸업한 동문이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내는 선순환이 잘되고 있는가.

▲졸업한 선배가 다시 학교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내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총장에 취임한 첫해 졸업식 때 졸업학생들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스스로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내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그동안 학생에게 투자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례로 에스오일동문회는 매년 학교 축제 때마다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한다. 동문들이 1년 동안 조금씩 모아 후배에게 전달하는데 수억원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졸업한 선배들이 모교를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많은 기업이 통 큰 기부를 해주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생이 사회에 진출해 작은 정성을 모아 후배에게 내놓는 장학금은 금액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얼마 전 일본 IT취업반 전원이 취업했다. 해외 취업 성과는 어떤가.

▲총장 취임 후 지난 3년 동안 글로벌 역량 강화에 노력해왔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해외취업이다. 인터내셔널 컬리지(IC)라는 제도를 만들어 글로벌 마인드를 교육과정에 녹였다. 그 성과가 지금부터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사업 가운데 K-MOVE스쿨연구과정과 청해진대학사업 등이 대표 글로벌 진출사업이다. 현재 일본에서 IT 관련 인력 수요가 많아 IT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재학생 전원이 일본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취업 기업도 IPS그룹, 타우루스소프트웨어, 토마토 등 글로벌 우량기업이다. 일본 IT취업반은 6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79명이 취업했다.

특히 일본 IT취업반은 청해진대학사업 지원으로 방학 동안 일본 현지 어학연수와 기업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학생에게 일본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일본 IT트렌드나 채용담당자 요청사항을 교육과정에 신속히 반영하고 있는 점도 일본 IT취업이 성공하고 있는 비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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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남이공대 IT취업반 졸업자 전원이 일본 취업에 성공했다. 사진은 일본 취업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글로벌 역량강화에 노력해왔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

▲제일 자랑스러운 것이 재정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해외 인턴십 사업이다.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평가하는 사업인데 5년 전 사업 첫해에 선정된 전체 학생 가운데 절반이 우리 대학 학생이었다. 그만큼 우리 대학 학생의 역량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 후로 타 전문대학 학생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쿼터제로 선정기준이 바뀌었다. 우리 대학은 해마다 쿼터 인원을 모두 채울 정도다. 인턴십 사업 선정 정원이 줄어들면서 우리 학교는 자체 예산으로 더 많은 학생이 해외 현장 경험을 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외연수단을 통해 학생 92명이 캐나다, 중국, 베트남, 일본을 다녀왔다.

해외 연수로 파견된 학생은 현지 자매결연 대학에서 최대 6주간 어학연수, 전공 관련 학습, 문화탐방을 하고 돌아온다. 해외 연수는 학생들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 해외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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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훈 영남이공대학교 총장

-산업체에서 영남이공대는 어떤 대학으로 인식되길 바라는가.

▲학생만큼 중요한 것이 산업체라고 생각한다.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하는 곳이고, 학생은 학교를 떠나면 자신의 직업을 가져야한다. 그만큼 우리 대학입장에서 산업체는 중요하다. '영남이공대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학교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산업체와 협력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요구하는 전공과 현장지식만큼 인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의 일원으로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산업체에 그런 믿음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학 진학과 학과선택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한마디 한다면.

▲요즘 시대에 대학을 못가는 사람은 없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냐는 것보다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대학을 선택했으면 한다. 어느 대학이든 상관없다. 찾으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 반드시 있다. 그런 곳에서 배워야 진정한 인재가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젠 내가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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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