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대 그룹 2020년 화두는 '고객'과 '지속가능한 미래'

재계가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고객'을 향한 노력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도전 자세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2일 주요 그룹은 총수 주재로 시무식을 열고 신년 메시지를 전달했다. 재계 신년사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는 '고객'과 '지속 가능한 미래'다.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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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무식

삼성전자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대신 김기남 부회장 주재로 시무식을 갖고 100년 기업 실현을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고착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투자·수출에서 소비로의 침체 확산 가능성 등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 실현'이라는 꿈을 함께 공유했다”면서 “2020년은 이를 만들어 나갈 원년으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성장과 도약의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실천 사항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전자의 경영 이념 아래 선대의 전통과 자산을 계승·발전하고 창의성과 혁신성을 접목,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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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년회에서 고객의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미래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회를 열고 기술, 사업기반, 조직문화에서 혁신과 고객 최우선 목표를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시화하는 한편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계속하겠다”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회사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행복”이라면서 “기업 활동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돼야 하며,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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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공감과 공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고객과 공감, 사업구조 혁신,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 공생 추구 등 4가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우리 사회와 공생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면서 “고객과 임직원, 파트너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 및 사회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 기여 방법을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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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캡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디지털 시무식을 통해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를 전 세계 임직원에게 전달했다.

구 회장은 영상 편지를 통해 “오늘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면서 '고객의 마음과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올해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그럴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누구보다 앞서 가고 더 나은 미래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따스한 기업을 다 같이 만들어 보자”면서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내놓는 대신 각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경청하는 파격 신년회를 진행, '딥 체인지' 가속화 의지를 드러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