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시대가 도래한다. 현재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듯 양자컴퓨팅은 차세대 미래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 다수가 참전하는 양자컴퓨팅 대전이 발발할 조짐이 나온다. 양자컴퓨팅은 이르면 2~3년 뒤부터 늦어도 5~10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 양자우위를 얻기 위해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팅 생태계는 2016년 일찌감치 R&D와 상용화 추진에 뛰어든 IBM이 문을 열었다. 이후 글로벌 기업이 하나둘 참전했다. 지난해 말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양자컴퓨팅 연구결과 발표, 솔루션 출시 등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알렸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원리에 따라 병렬 처리가 가능한 미래형 컴퓨터다. 컴퓨터 계산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확대한다. 고전 컴퓨터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화학공학, 재료과학, 신약 개발 등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기 적합한 산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IBM은 2016년 최초로 범용형 근사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에서 구현했다. 구글은 지난해 양자우위 달성 논문으로 양자컴퓨터 시장 참전을 알렸다. AWS는 양자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브래킷' 출시와 함께 양자컴퓨팅센터·양자솔루션 랩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AWS,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은 최근 양자컴퓨팅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은 물론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IBM과 구글, 인텔은 양자컴퓨팅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모두를 개발한다. AWS와 MS는 SW 개발에 주력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IBM 양자컴퓨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양자컴퓨팅 분야에 투자한다. 우리 정부도 종합계획·국책과제 등으로 새해 본격적인 양자컴퓨팅 산업 육성에 나선다.
전자신문은 2020년 새해를 맞아 IBM 양자컴퓨팅을 총괄하는 로버트 슈터 IBM 퀀텀 부사장과 단독 인터뷰했다. 슈터 부사장은 “고전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던 대규모 최적화와 같은 기하급수적 확장이 필요한 금융·화학산업 등에서 복잡한 시뮬레이션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해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15대를 가동 중인 IBM이 확실한 글로벌 리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슈터 부사장과 일문일답.
◇양자컴퓨터·양자컴퓨팅이란 무엇인가.
양자컴퓨터는 자연 물리적 현상처럼 보이는 속성에 양자 역학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다룬다. 퀀텀 비트 '큐비트(qubit)'라는 기본 개념을 사용한다. 0 또는 1이어야 하는 일반 비트(bit)와 달리 큐비트는 2차원 상태 조합이다. 2차원 상태 조합은 수학에서 행렬처럼 2의 N제곱으로 양자가 얽힘으로써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큐비트가 양자 얽힘으로 상호 작용하면 큐비트가 추가될 때마다 잠재적 컴퓨팅 성능과 공간 차원은 두 배가 된다. 예를 들어 300큐비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2의 300제곱이 된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원자보다 더 많은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범위다.
양자컴퓨터는 고전컴퓨터를 대체하지 않는다. 일반 컴퓨팅 활용 시 너무 방대하거나 시간 소모가 큰 까다로운 문제 유형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스템을 보완한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컴퓨터와 고전 컴퓨터가 공조해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핵심이다.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기술인가.
양자컴퓨터는 실존한다. IBM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여러 양자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 세계에서 19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IBM이 제공하는 시스템에 등록해 실제 HW와 시뮬레이터에서 수백억개 양자 회로를 실행한다. IBM은 'IBM Q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Q 네트워크에 참여해 비즈니스·과학 분야 실용 사례를 연구하는 단체에 상업용 양자시스템을 제공한다. IBM은 클라우드에서 15대 양자컴퓨터를 가동하고 있다.
◇IBM Q 네트워크는 무엇인가.
최첨단 양자 컴퓨팅 기술을 상용화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IBM Q 네트워크는 2017년 삼성전자, JP모건 체이스, 옥스퍼드대 등 12곳으로 시작했다. 현재 90여개 기업과 기관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정부 연구소, 학술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IBM 양자시스템을 활용하고 IBM 과학자와 협업한다. 다른 기업, 기관과 협력하도록 다각도로 지원한다.
참가기관·기업은 '무어의 법칙'을 넘어 한때 다루기 힘든 것으로 간주됐던 화학·AI·최적화 분야 특정 난제를 양자컴퓨팅 기술로 해결할 세상에 대비한다. 양자컴퓨팅은 컴퓨팅 분야에서 전례 없는 급격한 발전을 거듭한다. HW를 지속 개선하고 동시에 HW 잠재력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SW를 개발한다. 아이디어 교류, 연구, 테스트 등으로 완벽한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한다. 새로운 의약품과 소재, 선진화된 사업 모델과 금융 모델을 창출하는 돌파구를 견인한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점은 언제쯤인가.
세계 최초 완전 통합형 범용 양자컴퓨팅 시스템 'IBM Q 시스템 원'을 뉴욕 요크타운 하이츠 토마스 J 왓슨 연구소에 설치했다. Q 시스템 원에서는 범용형 근사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연구실 이외 공간에서 가동하는 성과를 거뒀다. IBM 과학자는 혁신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시스템 개선과 확장 방안을 연구하는 데 집중한다.
고객 활용 사례에 양자컴퓨팅을 접목, 고전컴퓨팅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미래 시점이 '퀀텀 어드밴티지'다. 아직 퀀텀 어드벤티지에 도달한 솔루션은 없다. 난해할 수밖에 없는 연구 실험으로 솔루션이 바로 탄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IBM은 고객과 파트너를 위해 최대한 빨리 퀀텀 어드벤티지에 도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90여개 IBM Q 네트워크 참여 기관과 공동 연구를 실시한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연구 사례는.
IBM Q 익스피리언스 사용자가 IBM 양자컴퓨터에서 한 실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보고서가 200건이 넘는다. IBM은 Q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업·학술 기관 과학자와도 협업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 IBM Q와 JP모건 체이스는 지난해 7월 '게이트 기반 양자컴퓨터에서 진폭 추정 알고리즘을 사용해 옵션과 옵션 포트폴리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입력 상태와 연산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양자 회로를 구현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오류를 최소화했다.
앞서 6월에는 일본 게이오대학 소재 IBM Q 허브에서는 노이즈 있는 '양자 디바이스에서 리튬 초산화물 이합체 재배열에 대한 컴퓨팅 분석'을 게시했다. IBM과 미쓰비시화학 양자 과학자가 리튬에어(Li-air) 배터리에서 리튬과 산소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 메커니즘 초기 단계를 시뮬레이션했다. 리튬·산소 반응 전체를 모델링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향후 모바일 디바이스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학술적 연구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학계에서만 양자컴퓨팅을 연구한다는 인식은 아마도 이 분야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의 오해다. IBM은 2016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터를 제공했다. 지금까지 학계와 업계에서 10만명 이상이 사용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일반 컴퓨팅 분야와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팅에서도 학술 연구가 필요한 것은 맞다.
IBM은 '양자에 준비된(Quantum Ready)' 인력양성과 교육을 지원한다. 대학 커리큘럼 전반 수학, 물리학, 화학, 컴퓨터 과학, 공학 과정은 물론 경영 과정에서도 양자컴퓨팅을 다루길 바란다. 대학생은 기술을 익히고 양자컴퓨팅 관련 진로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IBM은 세계 대학과 연구소에 IBM Q 허브를 마련했다. 학습, 기술력 개발, 산학 협력에 주력한다. IBM Q 네트워크로 여러 대학과 전문대와 다각적으로 협력한다.
◇IBM이 출시할 양자컴퓨팅 서비스는.
IBM 양자컴퓨팅 시스템은 클라우드상에서 공개적으로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소스 SW 플랫폼 '퀴스킷(Qiskit)'은 다양한 사용자와 분야별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래밍 옵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퀴스킷 아쿠아(Qiskit Aqua)는 화학, 금융, 머신러닝, 기타 분야에 적용 가능한 알고리즘 라이브러리다.
오픈소스 인프라를 제공해 사용자 에코시스템에서 과학·경영 분야 구체적 문제를 해결할 최초 양자 애플리케이션(앱)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퀴스킷 연구보고서에서 다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해 더 빨리 양자 우위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뉴욕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가 궁금하다.
IBM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확장하면서 실험실 환경과 영역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상업·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총 15대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20큐비트 시스템 5대, 14큐비트 시스템 1대, 5큐비트 시스템 7대, 1큐비트 시스템 1대 등에서 낮은 수준 펄스 액세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시스템을 구비했다.
최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양자 시스템으로 사상 최대 규모 5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추가했다. 53큐비트 시스템은 더 큰 격자(lattice)를 제공해 사용자가 더 큰 알고리즘과 더 복잡하게 얽힌 상태를 연구할 수 있다. 더 확대된 큐비트 구성을 제공해 복잡한 양자 얽힘과 연결 실험을 할 수 있다.
퀀텀 컴퓨테이션 센터에서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연구가 가능하다. IBM은 바클레이스은행과 공동으로 양자 금융 연구를 실시했다. '거래 결제에 적용되는 혼합 이진 최적화를 위한 양자 알고리즘'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기존 양자 기술을 확장해 조합 최적화에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했다. 자본시장에서 유가증권 결제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연구다.
◇구글 양자우위 주장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10월 IBM 과학자들이 공식입장을 밝혔다. 대부분 사람이 양자컴퓨터 영역에서 '우위(Supremacy)'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는 헤드라인은 지면에서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나 많은 사람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헤드라인이다. 엄격한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우위를 달성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를 장악하는 게 아닌 각각 고유한 장점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로버트 슈터 IBM 퀀텀 부사장은…
로버트 슈터 IBM 퀀텀 부사장은 30년 넘게 IT업계에 종사하며 기술 리더와 임원을 역임했다. 20년 이상 뉴욕에 위치한 IBM 리서치에서 근무했다. 양자컴퓨팅, AI, 블록체인, 애널리틱스, 빅데이터, 모바일, SW 관리·개발, 기술 전략 등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IBM 리서치에서 IBM Q 전략과 에코시스템 부문을 이끌며 IBM Q 양자컴퓨팅 프로그램 전략, 비즈니스, 에코시스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양자컴퓨팅 HW·SW 플랫폼으로 IBM Q 입지를 넓히기 위한 필수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앞서 IBM SW그룹에서 신흥 산업 표준, 리눅스 SW, 모바일, 오픈소스 관련 비즈니스 SW 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슈터 부사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 학사, 프린스턴대에서 동일 전공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