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식물·동물국회'를 언급하며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힘으로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가진 수보회의에서 “저무는 한 해 끝자락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올해 마지막인 만큼 청와대 모든 직원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최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 부수법안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지 않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데 대한 강한 질타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국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일몰법안마저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며 “신혼부부·자영업자·농어민·사회복지법인 등 취약계층 일부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월 30만원 지원하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예산은 통과됐지만 입법이 안 되고 있어 제때에 지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는데 미뤄지고 있는 청년기본법, 소상공인기본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민생법안의 처리 필요성도 짚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 볼모로 잡은 민생 경제법안을 놓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를 돌아보며 “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었지만 국민들의 응원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촛불정신을 계승하며 변함없이 뜻을 모아준 국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6시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