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1100억원을 웃도는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만 세 번의 유상증자로 총 8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재무건전성 강화와 신사업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탄을 장전하게 됐다.

30일 유통업계와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일 올해 세 번째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증자 과정에서 쿠팡이 발행한 주식 수는 기존 24만645주에서 24만2975주로 2330주 늘었다. 쿠팡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식 한 주를 5000만원 수준으로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로 1165억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대주주인 미국 쿠팡 LCC가 한국 쿠팡의 필요에 따라 유상증자 형태로 자금을 수혈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 관계자는 “재무 현황에 관한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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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올해만 총 세 번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7월 5205억원 상당(22만7138주→23만7549주), 9월 1548억원 상당(23만7549주→24만645주)에 이어 이 달 1165억원까지, 총 7915억원 안팎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6000억원까지 합하면 1조4000억원 규모다. 쿠팡은 2018년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쿠팡의 이번 유상증자는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자본적정성이 규제기준에 미달한 쿠팡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또 쿠팡에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이행실적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쿠팡은 금감원의 이 같은 주문 이후 9월과 12월 각각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직매입 서비스 '로켓배송'와 신사업 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매출 가운데 80% 가량을 차지하는 로켓배송 안정화를 꾀하면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등을 시장에 연착륙시키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 업계는 당분간 쿠팡이 연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 등으로 로켓배송 서비스 권역을 확대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어 대규모 물류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신사업 부문에도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앱과 신선식품 배송사업 후발주자로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할 할인 정책과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공산이 크다. 올해 쿠팡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1조970억원)와 비슷한 1조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범위와 규모가 커질수록 고정비와 투자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쿠팡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금유치 활동과 사업구조 재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