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아프게 했던 페트병, 의약품 원료로 환골탈태

폐플라스틱 대명사인 페트병을 유용 재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의약품 원료로 전환 가능해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경감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김희택·주정찬·차현길 박사팀이 김경헌 고려대 교수팀, 박시재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페트병 주성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생물학적으로 유용 소재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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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테레프탈산을 갈산, 바닐락산 등으로 변환하는 모습.

공동 연구진은 물을 이용해 PET를 단위 분자인 단량체로 친환경 분해한 뒤, 미생물로 이를 유용소재로 전환하는 방법론을 설계했다.

먼저 전자기파 일종인 마이크로파 반응기로 PET를 물과 반응시켜 분해했다. 230도 조건에서 PET를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99.9% 수율 화학분해하는데 성공했다.

분해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은 미생물을 활용해 다양한 원료화했다. 테레프탈산은 갈산·카테콜·피로갈롤·뮤콘산·바닐락산으로 전환했다. 에틸렌글리콜은 글라이콜산으로 변화시켰다.

이들은 여러 가지 분야에 활용하는 유용 물질이다. 갈산은 항산화제 의약품 중간체로 쓸 수 있다. 뮤콘산은 플라스틱 단량체로, 바닐락산은 의약·화장품용 방향 성분으로 쓰인다.

연구진은 새로운 기술로 제한적이던 기존 PET 재활용 방법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PET 섬유를 회수해 기계적이거나 화학적 방법으로 새로운 PET 제품을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것마저도 문제점이 많았다. 기계적 방법은 가공 중 PET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화학적 방법은 비용이 높다.

김희택 화학연 박사는 “폐기물 취급을 받던 폐플라스틱을 원료·소재화하는 기술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며 “연구 성과를 토대로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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