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유엑스엔(UXN) 대표가 연속혈당측정기 대중화를 앞당긴다. 센서와 결합해 혈당을 측정하는 효소를 백금으로 대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당뇨병 환자를 타깃으로 정했지만 건강관리가 필요한 일반인도 혜택을 볼 수 있다”며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적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을 재는 센서, 측정값을 읽어내는 트랜스미터, 결과치를 제시하는 리더기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리더기 역할을 스마트폰이 맡는다. 센서에는 포도당과 반응하는 효소가 부착된다. 혈당이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뜻한다. 효소는 생산, 보관, 유통 과정이 까다롭다. 변질을 막기 위해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혈당 결과치가 부정확하기도 하다. 당뇨병 환자들은 매일 최소 6번씩은 혈당을 잰다. 센서 감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루 2~3번 일회용 측정기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 이 수치에 맞춰 연속혈당측정기를 보정하도록 하는 제품도 많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불편함을 백금으로 해결했다. 백금은 신체에 맞닿아도 안전한 금속이다. 일반 전기전자제품 제조공정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외부환경 변화에도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센서 신호를 정확히 잡아낸다. 사용 편리성도 높였다. 센서를 몸에 부착한 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상태로 도달하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적게는 2시간, 많게는 6시간이 걸리던 기존 센서 약점을 백금 표면 코팅에 대한 특허 기술로 극복했다.
박 대표는 “백금을 스펀지처럼 만드는 나노다공성 백금 기술을 접목, 무(無)효소 방식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했다”며 “대량 생산을 통해 제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자신을 직접 진단하는 바이오센서 영역에서 가장 큰 시장은 당뇨병 분야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18년 발행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14.4%)이 당뇨병 환자다.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3명이 당뇨병을 앓는다. 연속혈당측정기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추정된다. 매년 4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대표 기업은 덱스콤, 애보트, 메드트로닉이다. 덱스콤 시가총액이 지난달 기준 25조원을 넘겼다.
박 대표는 백금 활용성을 오랫동안 눈여겨봤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전기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의학연구원에서 나노다공성 백금의 전기화학적 현상에 대해 연구했다. 이때 백금이 혈당을 매우 잘 측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논문을 써내려갔다. 2003년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며 주목을 끌었다. 성과를 바탕으로 연구개발회사를 차렸다. 이후 2006년 혈당센서 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UXN를 창업한 계기가 됐다. 이전 연구개발회사를 UXN으로 흡수 합병했다. 현재 미국 특허 6건을 등록했다. 6건이 추가로 출원돼 있다. 최근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박 대표는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한다. 맞춤형 건강관리 시장을 열 목표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추천해줄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전문 파트너사와 협력,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연속혈당측정기 시제품을 완성했고 비임상·임상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며 “2021년 상반기 국내 판매와 동시에 미국,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