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 대국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바둑 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알파고의 4승1패 승리로 끝나면서 AI는 호기심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AI라는 용어는 1956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과 빅데이터를 뒷받침으로 딥러닝이 구현되면서 4차 산업혁명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주요 기업은 앞 다퉈 AI를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MS) 코타나, 삼성 빅스비 등 디지털 비서가 최근 스마트 스피커 등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AI는 한층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물론 아직 스마트 스피커가 정보 탐색과 음악 감상 또는 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단순 기능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음성 쇼핑은 기존의 마우스 클릭이나 화면 터치를 통한 쇼핑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스피커 기반 거래는 소비자 수요와 선호에 부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편의성·속도·멀티태스크 등 여려 측면에서 편익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 등 취약 소비자 지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AI는 미래 소비 생활에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할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정책위원회는 AI와 관련한 소비자 이슈를 제기했다. 먼저 디지털 비서를 이용한 전자상거래에서 사업자와 상품 정보를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스크린이 없다면 소비자는 정보 부족 문제에 부닥칠 것이다. 소비자는 거래에서 자신의 정보가 얼마나 수집되고 어떤 정보가 수집되는지, 데이터가 디지털 비서와 제3자에 의해 어떻게 저장되고 사용되는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소비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한 디지털 비서일수록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 제공에 유리해져서 소비자가 같은 디지털 비서를 계속 사용하도록 만드는 이른바 '소비자 고착'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보수집과 개인선호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발전은 개인화된 맞춤 가격 설정과 관련한 소비자 문제를 제기한다. 만일 사업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지불의사(WTP)에 근접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면 소비자 잉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최근 OECD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개인화된 맞춤 가격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느끼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영화나 소설에서나 본 AI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 핵심은 바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보 분석이다. AI와 빅데이터 융합은 소비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난 편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면에서 소비자에게 미칠지 모를 위험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인간이 개발한 기술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이에 대한 규범과 기술 검토,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 leehs@k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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