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이 새해 글로벌 출시를 앞둔 '골프' 8세대 모델에 'ITS-G5' 방식을 채택한 차량사물통신(V2X) 시스템 'Car2X'를 기본 탑재한다. 유럽 최대 규모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베스트셀링카 골프의 Car2X 시스템에 ITS-G5를 사용하면서 이 방식이 사실상 유럽을 대표하는 양산차 V2X 통신 표준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10월 말 글로벌 시장에 8세대로 완전변경을 거친 신형 골프를 공개했다. 신형 골프는 올 연말 독일을 시작으로 내년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에 순차 출시된다. 7년 만에 세대 변경을 거친 신형 골프는 '디지털화·연결성·직관적 운영'을 개발 키워드로 삼고, 폭스바겐 라인업 가운데 처음으로 완전한 커넥티드카 시대를 선언했다.
골프는 폭스바겐 최초로 Car2X 시스템을 전 트림에 적용했다. 통합 eSIM 기반 온라인 연결 장치(OCU)를 이용해 차량 외부와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이 구축한 위 커넥트(We Connect)와 위 커넥트 플러스(We Connect Plus) 등 온라인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다.
Car2X 시스템은 반경 800m 이내 주변 차량이나 인프라로부터 교통 관련 신호를 받아 디스플레이로 운전자에게 사전에 잠재된 위험을 경고해준다. 이런 경고는 Car2X 시스템을 장착한 다른 차량에도 공유한다. 폭스바겐은 군집 지능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교통안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V2X 통신 방식은 와이파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방식과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C-V2X(Celluar V2X)'로 나뉜다. DSRC는 다시 미국 표준인 'WAVE', 유럽 표준인 'ITS-G5'로 나뉘는 데 두 방식은 서로 호환해 사용할 수 없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C-ITS) 표준을 ITS-G5로 삼자고 제안했으나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렸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무려 21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국들은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 표준보다 다가오는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C-V2X 방식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유럽 시장 주도권을 쥔 폭스바겐이 ITS-G5 방식 Car2X 시스템을 탑재한 골프를 내놓으면서 이 방식이 유럽 표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ITS-G5는 폭스바겐 골프 탑재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고, 즉각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다. C-V2X보다 짧은 시간과 작은 비용으로 도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은 주로 WAVE 방식 V2X 기술을 채택해 발전시켜왔다”면서 “앞으로 V2X 표준 경쟁에 대응하려면 미국은 물론 유럽 등 모든 V2X 표준을 총족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